공포와 혐오 정치 희생양 ‘대마초’…“산업 합법화해야”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1.01.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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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대마와 대마초’…신의 선물인가, 악마의 풀인가

공포와 혐오 정치 희생양 ‘대마초’…“산업 합법화해야”


대마 혹은 대마초 하면 바로 ‘X’자로 부정하기 일쑤다. 대마와 관련된 90% 이상 이미지가 환각을 유발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악의 화신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마의 역사를 따라가면 대마만큼 ‘신의 선물’처럼 여겨지는 재료가 없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에덴의 용’에서 대마를 인류가 최초로 재배한 작물이며 인류 문명을 이루게 한 식물이라고 정의한다.



실제 대마는 1만 년 이상 인류와 함께하며 의약품 및 각종 제품의 재료가 돼왔다. 현재 대마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5만여 가지라고 한다.

대마기름으로는 식품과 화장품, 페인트는 물론이고 석유 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도 만들 수 있다. 대마 섬유로 만들 수 있는 제품 또한 직물로부터 건축자재, 플라스틱 대체용품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대마잎과 암꽃송이를 활용하면 현대 의학으로 치료하기 힘든 여러 질병의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활용도가 높으면서 아열대에서 아한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오직 대마뿐이다.

대마가 ‘악마의 풀’이라는 오명을 쓴 것은 미국의 인종 편견과 차별에서 시작됐다. 20세기 들어 헨리 포드가 자동차 패널을 대마로 제작하는 등 대마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1920년대 멕시코 이민자들과 흑인사회를 중심으로 대마초(마리화나)가 급속히 확산하던 시기에 경제 대공황이 일어났다.

대규모 실직 상태가 벌어지자 일자리를 잃은 백인들은 대마를 증오하는 것을 통해 유색인종을 향한 증오감을 드러냈다. 미국은 1938년 대마를 불법화했고 30개 신문사를 체인으로 운영한 인종차별주의자 허스트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뜨렸다.


“마리화나가 흑인으로 하여금 백인을 똑바로 쳐다보게 한다” 같은 흑인을 건방지게 만든다는 뉴스부터 “대마초를 피우면 30일이면 악귀가 된다” 등의 허무맹랑한 귀신 스토리까지 다양하게 퍼졌다.

대마가 혐오로 추락하는 동안 석유 개발업자, 종이 생산업자들은 한 세기 가까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듀퐁사가 개발한 화학 약품으로 나무 펄프를 이용해 종이 원료를 생산함으로써 미국 삼림 수백만 에이커가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풀인 대마를 이용했다면 매년 농사를 통해 생산할 수 있어 삼림 훼손을 막을 수 있었다. 당시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대마 1에이커의 종이 생산량은 삼림 4에이커의 종이 생산량과 맞먹었다.

현재 전 세계에 대마 합법화 바람이 거세다. 프랑스와 중국은 이미 대마 농사가 장려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산업용 대마 합법화 법안에 서명한 상태다. 일본도 의료용 대마 판매가 허용됐다.(우리나라는 2019년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됐지만, 재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에서 대마를 재배하는 시군 단위 지역은 삼척, 정선, 안동, 보성 등 전국에서 10군 데를 넘지 않는다. 그것도 규정이 까다롭고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저자는 대마 산업 촉진법을 제정하고 대마 산업단지를 조성해 의료계 혁명을 이끌 신약의 원료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박정희 정권 시절 공포와 혐오를 앞세운
대마 불법화로 대마는 순식간에 ‘악마의 풀’로 전락했다”며 “그 사이 국제적으로 대마나 대마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대마 관련 산업이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적절한 시스템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마와 대마초=노의현 지음. 소동 펴냄. 336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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