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가 임대계약을 맺은 파주 YCDSMC 스튜디오 139와 연천군 삼성 스튜디오. /사진=넷플릭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보다 '품질관리'와 '저작권 확보'다. "50년이 지나도 문제 없이 볼 수 있도록 한다"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경영철학이다. 이런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과감한 베팅을 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콘텐츠 별도 법인을 세우는가 하면, 콘텐츠 제작에 쓰일 국내 스튜디오 2곳과도 다년간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행보가 한국 창작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봤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 뉴스1
새해에 줄줄이 공개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소재들이 독특하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의 극한 상황을 담은 '지금 우리 학교는', 달에 버려진 의문의 샘플을 구하러 떠나는 SF 스릴러물 '고요의 바다', 패배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금 456억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물 '오징어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재주는 곰이 돈은 넷플릭스'제작자 입장에선 넷플릭스 수급 콘텐츠를 통해 해외 시장 개척이 가능하고 엄청난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단시간 내 190여개국의 공급은 상당한 메리트"라며 "각각의 지역에 개별 조건을 맞춰 판매하는 복잡한 방식을 거치지 않기에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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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 미친 영향 - 제작자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12월호 전문가리포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국내 드라마를 제작할 때 제작비를 선지급한다. 제작비에 대한 회계감사 후 남은 금액은 넷플릭스에 반환하는 방식이다. 한 관계자는 "예산을 더 투여해야 하면 협의를 통해 더 받는다"면서 "그러나 막 주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요구로 2~3번 회계 감사를 했다. 그렇게 받고 문제가 없으니 통과된 것이다. 실비 정산을 해서 남은 금액은 회수해 간다"고 했다.
제작비는 아끼지 않지만 수익 배분에선 가차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의 경우 모든 권리를 넷플릭스가 갖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드라마가 아무리 잘돼도 제작비 총액의 15% 내외에 해당하는 이윤 외에 추가 수익은 없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터지면 인센티브를 주든지 포상을 해야 하는데 전혀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하청업체냐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넷플릭스 따라 덩달아 오르는 '제작비' 넷플릭스로 인해 국내 드라마 제작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KCA 전문가리포트는 "넷플릭스 드라마 제작비가 급상승하면서 국내 드라마 제작비도 2010년 초에 비해 약 3배 가량 올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넷플릭스 100위권에 꾸준히 들고 있는 '응답하라1988'의 제작비는 회당 약 3억원이었지만, 최근 공개된 '스위트홈'의 제작비는 회당 25~30억원에 달한다. 지상파의 광고판매만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금액이다. 국내 방송시장 현실은 어려운데 제작비 부담만 커지는 형국이다. 결국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디즈니 플러스(+) 韓 상륙… "K콘텐츠 위상, 협상력 높일 기회"
올해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이 공식화되면서 OTT업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최소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넷플릭스를 잘 활용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K콘텐츠 위상이 협상력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작사 입장에선 글로벌 OTT를 통해 해외 콘텐츠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더 넓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OTT를 통해 콘텐츠 제작 능력을 인정받은 후 해외에 직접 지사를 세우거나 해외 제작사와 공동으로 드라마 기획·제작해 지식재산권(IP)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