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의 북한읽기] 변화를 예고한 북한 8차당대회 '사업총화보고'

뉴스1 제공 2021.01.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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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1이 북한 전문가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의 글을 연재한다. [정창현의 북한읽기]는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제8차 노동당 대회 3일 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제8차 노동당 대회 3일 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서울=뉴스1)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 = 지난 5일 개막된 조선노동당 제8차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개막사에 이어 지난 5년간 당중앙위원회의 활동과 성과를 결산하는 '사업총화보고'를 3일에 걸쳐 했다. 아직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 내용을 보면 보고의 기본방향을 알 수 있다.

이번 8차당대회의 '사업총화보고'는 클 틀에서 5년간 활동 평가-경제-국방-과학기술-문화·사회-사회생활-대중단체-대남문제와 대외관계-당 강화 순서로 이뤄졌다.



◇경제분야 가장 먼저 언급

보고 순서를 통해 볼 때 최근 몇 년 간의 신년사처럼 경제분야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언급했다.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총화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목표 달성에 실패한 주객관적 요인을 분석한 후 새로운 5개년계획(경제발전5개년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전반적 경제를 한 계단 추켜세우기 위한 사업" 내용이 큰 틀에서 담겨있을 것이다.


이에 입각해 금속·화학·전력·석탄·기계·채취공업을 비롯한 인민경제 기간공업부문, 교통운수· 기본건설 및 건재공업·체신·상업·국토환경·도시경영·대외경제를 비롯한 주요부문들, 농업·경공업·수산업부문의 실태와 향후 과제들이 제기됐다. 다만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목표가 수치로 제시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목되는 대외경제분야에서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일변도를 없애며 가공품 수출과 기술무역, 봉사무역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에서 무역구조를 개선"하고 "경제개발구들에 유리한 투자 환경과 조건을 보장하여 운영을 활성화하며 관광을 활발히 조직"하는 방향에서 좀 더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방향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신의주경제특구와 관련된 언급이 포함됐는지 주목된다.

또한 '경제관리분야'에 대한 실태와 분석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에 입각한 각 공장, 기업소와 협동농장의 경영혁신을 주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실천이데올로기로 강조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사상'을 모든 단위에서 철저하게 구현하고, 활동과정에서 나타나는 형식주의, 구태의연한 사업방식 등에서 탈피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번 보고에서는 "시, 군들을 자립적으로, 다각적으로 발전시켜 인민생활에서 폐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해결방책들"이 언급됐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와 태풍 등 연이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받은 지방의 피해복구에 집중했는데, 이를 계기로 지방에 대한 투자와 건설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침이 제시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지방 인프라 건설과 주택문제 해결이 주요하게 언급됐을 것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제8차 노동당 대회 3일 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제8차 노동당 대회 3일 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국가방위력 강화 재확인

국방분야에서는 '핵무력' 대신 '국가방위력'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 언론매체는 김 위원장이 보고에서 "국가방위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하여 나라와 인민의 안전과 사회주의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려는 중대의지를 재천명"했다고 보도했다. '재천명'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9년 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강력한 핵억제력의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며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라고도 천명한 바 있다.

경제건설에 집중하기 위해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기조를 반복한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에 매달리지 않고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자력으로 평화적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전략무기' 개발을 진행하면서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무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국방방위력'이라고 지칭한 것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일단은 먼저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 보다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3월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대외관계 전면적 확대 천명

김정은 위원장은 3일차 보고에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하였으며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당의 총적방향과 정책적 립장을 천명"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 언론매체들이 처음으로 '북남관계'가 아닌 '대남문제'라고 지칭한 것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5일 개회사에서 "우리 당규약에서 지난 시기의 낡은 것, 남의 것을 기계적으로 답습하여 현실과 맞지 않았던 문제들을 혁명발전의 요구와 주체적 당건설원리에 맞게 바로잡기 위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 규약을 대폭 손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대목 되는 대목은 당 규약 전문에 있는 '남조선혁명' 분야에 대한 개정여부다. 현재 당 규약에 포함된 서술내용은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군국주의의 재침책동을 짓부시며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남조선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성원하며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라고 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남북이 특수한 관계 속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열린 상황을 반영해 북한이 당 규약상의 이 내용을 "낡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새롭게 변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이 규정이 실제로 삭제되거나 바뀔 경우 '북남관계'가 아닌 '대남문제'라고 지칭한 자체가 북한의 변화된 대남인식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은 '대외관계의 전면적 확대발전'을 표방해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되면 대대적인 외교적 평화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남북 민간교류도 제한적이나마 빗장을 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해 적절한 시점에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새로운 방식'의 북중경제협력이 모색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몇몇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업내용이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남북철도 연결사업, 금강산관광, 의료협력 등이 하나라도 당대회 마지막 날 채택될 '결정서'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이번 8차당대회 '사업총화보고'는 전반적으로 '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적으로 보면 조선노동당의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편향, 당적 지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사업총화보고'에서 "현시기 당사업에 내재되여 있는 편향들을 시급히 바로잡고 당과 혁명대오를 더욱 강화하며 혁명과 건설에 대한 당적지도를 심화시키는데서 나서는 과업과 방도들을 제기하였다"라고 짧게 보도했지만 실제 당대회 준비와 대회 기간, 대회가 끝난 후에도 이 분야가 가장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차원의 인식과 사업방식의 변화가 실질적인 정책 변화와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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