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김봉진·방준혁…IT창업자들은 왜 '의장님'이 됐을까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21.01.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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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올 초 쿠팡 김범석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올해부터 강한승, 박대준 2인 각자대표로 운영하되 김 의장이 이사회를 총괄하기로 한 것. 세부 경영보다는 넓은 시각에서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세우는데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김 의장의 사례처럼 IT업계에서는 의장님 타이틀을 가진 창업자가 적지않다. 통상 대기업 그룹사에서 오너들이 지주사 또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해 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대표이사를 맡지 않더라도 그룹 총수로서 회장 또는 부회장으로 불린다.

반면 유독 IT기업에서는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오르면 창업자들이 대표이사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갈아타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이후 IT기업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주도하며 몸값이 급등한 가운데 '의장님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IT기업 의장님들 전성시대
현재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이면서 이사회 의장인 이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대표적이다. 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등이 꼽힌다. 대부분 수조원대 자산가들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도 2017년까지 네이버 의장을 맡았었다. 웹젠 김병관 의장은 국회의원 당선 뒤 의장직을 내려놨다. 최근에는 일부 스타트업들도 창업자가 대표직을 넘겨주고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 경우가 적지않다.

IT기업 창업자들이 이처럼 의장 타이틀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해당 업체들은 대부분 "규모가 커지면서 세세한 경영보다는 회사의 방향과 관련된 큰 의사결정을 위해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가 성장한 가운데 업무가 복잡 다단해지고 계열사도 늘어나면서 창업초기와 달리 전문경영인의 경영역량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개발자나 전문직 출신인 창업자들의 경우 특히 언론대응이나 대관업무, 투자유치나 상장 등 폭발적으로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여기저기 부르는 곳도 많아졌다.



재벌그룹사에서 상명하복의 정점에 있는 총수나 회장이 권위주의적 이미지가 큰 반면, 구성원들이 비교적 젊은 IT기업에서는 자율적, 수평적 의사결정 문화를 반영한 의장 타이틀을 선호한다는 시각도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 사진제공=4차산업혁명위원회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 사진제공=4차산업혁명위원회
외부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10~20년사이 등장한 IT기업의 경우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기존 산업계나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창업자가 집중 표적이되는 만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귀뜸했다. 특히 국정 감사철마다 증인으로 불러세우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수년간 배달수수료 논란에 휩쌓였던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창업자는 2019년 1조원 규모로 회사 가치가 커지자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김범준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넘겼다.

대표이사, 회장은 부담...경영도 하지만 업무부담 줄어든 의장이 딱
25일(화) 오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스타트업캠퍼스 창업교육 입학식’에서 김범수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경기도25일(화) 오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스타트업캠퍼스 창업교육 입학식’에서 김범수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경기도
IT기업의 의장님들은 통상적인 기업 이사회 의장과 역할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이사회는 인수합병과 같은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승인과 주주총회 소집, 업무집행 감독, 경영진 선임권한을 가진다. 이사회 의장은 전문 경영인에 대한 관리 감독의 역할이 크다. 여기에 일부 IT기업 의장들은 오너로서 대표이사 시절처럼 경영관련 대소사에 간여한다는 후문이다. 딱히 이에 제동을 거는 이도 없다. 때문에 대표이사가 사실상 경영관리실장이나 영업담당 임원에 머물고 의사결정 구조만 더 복잡해졌다는 부정적 평가도 상존한다. 다만 이는 일부의 사례로 대부분의 IT기업 의장들은 경영진에 전폭적인 자율권을 주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IT기업은 대기업처럼 상명하복식 지시문화보다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자리잡았고 현실적으로 오너가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면서 "창업자이자 오너로서 경영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면서도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거시적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이라는 타이틀이 적합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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