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확신 섰나…마음 바뀐 기관 하루새 1조 사들였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1.08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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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장 확신 섰나…마음 바뀐 기관 하루새 1조 사들였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3000선을 넘어섰다. 전날까지 4조원 가까이 팔아치우던 기관의 ‘변심’이 역사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강세장 지속 기대감과 미국 정치권의 블루웨이브(민주당의 백악관, 의회 상·하원 장악)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선을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다. 2007년 7월 25일 2000선에 최초 진입한 지 13년 5개월만이다. 이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996조원에서 2087조원으로 2배 남짓 불어났다.



이날 증시 상승을 이끈 주체는 기관이었다. 개인이 1조1733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92억원, 1조253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장을 마감한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왼쪽부터),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박현철 부국증권 대표이사가 코스피 3000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장을 마감한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왼쪽부터),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박현철 부국증권 대표이사가 코스피 3000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연초부터 매도 공세를 펼쳤던 기관이 ‘사자 ’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3거래일 동안 기관의 매도 규모는 코스피 3조952억원, 코스닥 8054억원 등 약 4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개인이 4조7261억원(코스피 3조4886억원, 코스닥 1조2375억원)을 사들인 것과 대비된다.

역대급 기관 매도의 배경으로는 갑작스런 시가총액 증가에 따른 자산 배분 조정이 꼽힌다. 증권사·운용사나 연기금이 운용하는 자금의 주식 비중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증시 급등으로 시총 증가로 평가액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금 유입 속도가 시가총액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생긴 현상”이라며 “운용 자금의 주식 비중은 정해져 있는데 시총은 계속 커지다보니 이를 유지하기 위해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투자 증가로 인한 펀드 자금 이탈도 한 요인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이 주식을 직접 사면서 공모펀드에서 돈이 빠지니까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러한 두가지 현상이 겹쳐서 작용하다 보니 시장을 개인이 주도하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강세장 확신 섰나…마음 바뀐 기관 하루새 1조 사들였다
전날 코스피 3000 최초 돌파의 주인공이 개인이었다면 종가 3000시대 역사는 기관이 썼다. 특히 증권·신탁·운용사 등의 고유재산 운용계좌인 금융투자가 1조6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통 기관에서는 선물가격이 이론가보다 강하면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매수 차익거래’가 나타난다”며 “이는 강세장이 좀더 간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날아온 ‘블루웨이브’도 호재로 작용했다. 경제 부양책 기대감에 PER(주가이익비율)이 높은 성장주보다 소재·철강 등 중후장대 종목이나 금융·통신 등 저평가주로 기관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3거래일간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석유·화학 계열사가 많은 지주사 SK (182,600원 ▼2,600 -1.40%)(1973억원), 통신주 SK텔레콤 (53,300원 ▼800 -1.48%)(904억원), 철강주 고려아연 (454,500원 ▼5,500 -1.20%)(865억원), 금융주 한국금융지주 (66,600원 ▼2,100 -3.06%)(445억원) 등이 올랐다.

윤 센터장은 “블루웨이브로 바이든 정부의 강한 재정정책이 예상되면서 경기 개선 기대감에 성장주가 아닌 전통 산업 관련주가 움직일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됐다”며 “소재주 등 ‘올드 이코노미’ 주식을 기관이 사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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