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300kg 현금 반출?…미궁에 빠진 제주 카지노 수사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1.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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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경찰이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에서 현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사건에 공범이 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랜딩카지노 금고를 관리하던 직원 A씨를 횡령 혐의로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50대 여성으로, 지난해 12월 말쯤 휴가를 낸 뒤 연락이 끊긴 상태다. 본사인 홍콩 랜딩인터내셔널 소속이며 랜딩카지노 초기부터 근무해온 임원급으로 알려졌다.

앞서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자체 감사 과정에서 지난 4일 금고에 보관돼 있어야 할 본사 자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는 동시에 내부 공범자가 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엄격한 보안을 뚫고 상당한 무게의 현금 145억원을 외부로 운반하는 것이 범인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랜딩카지노에서 사라진 145억6000만원은 모두 원화 현금이다. 5만원권으로 따지면 29만1200장으로, 20㎏짜리 사과 상자 14~15개에 나눠 담아야 하는 금액이다. 무게만 약 300㎏에 달한다. 한 상자에는 5000만원 묶음 한 다발이 15~20개씩, 최대 10억원까지 담을 수 있다.



또 돈이 보관됐던 금고는 가정용 금고가 아니라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대형금고다. 비밀번호나 열쇠만으로 혼자서 쉽게 열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에 설치된 수백 개의 폐쇄회로(CC)TV와 직원들의 감시망도 피해야 한다. 현금을 카지노에서 빼돌렸다 해도 이 돈을 화물로 운송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부칠 수 있는 항공 수하물은 한 물건당 최대 30㎏으로 제한한다"며 "추가비용을 내고 여러 상자나 가방에 나눠 담은 뒤 수하물로 보냈을 수도 있지만, 상당한 양의 돈을 현찰로 운반하는데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해외나 국내 계좌로 돈을 송금했을 가능성도 적다. 외국인이 해외송금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돈을 얻었는지 등을 입증하고, 한국은행 대외지급수단매매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국인도 해외 송금한도액은 연간 5만달러로 제한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라진 돈이 아직 제주도 내 모처에 보관돼 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랜딩카지노 측은 직원 A씨를 횡령죄로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정기적으로 삭제되는 과거 CCTV 영상을 복원하고 확보된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또 A씨가 출국해 다른 나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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