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대비 저평가”…국민연금, 금융株 쓸어담았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1.01.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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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대비 저평가”…국민연금, 금융株 쓸어담았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대부분 금융지주 지분을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지주는 물론이고 지방금융지주 지분을 집중적으로 샀다. 국민연금의 DGB금융지주 지분은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4대금융 '최대한', DGB '2배' 금융株 쓸어담는 국민연금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와 3대 지방금융지주(BNK·DGB·JB) 등 7개 금융지주 중 KB금융을 제외한 6개 금융지주 지분을 늘렸다. 국민연금은 현재 우리금융과 JB금융에선 2대주주, 나머지 5개 금융사에선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매수 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4대 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법에 따라 국민연금은 금융지주 주식을 10%, 지방금융지주 주식은 15% 이내로 보유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신한지주 지분은 5080만3204주로 지난해 초 대비 373만9405주 늘었다. 지분율은 9.92%에서 9.84%로 다소 감소했는데, 지난해 9월 신한금융이 홍콩계 사모펀드 대상 1조1582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기존 지분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10%룰'을 지키면서 신한지주 주식을 더 살 수 있게 되자 국민연금은 곧바로 지분을 늘렸다.

우리금융 주식은 7137만8664주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3월 대비 764만9529를 더 매수했다. 지분율은 8.82%에서 9.88%로 높아졌다. 하나금융지주 지분은 2994만2350주로 지분율은 10%에 가까운 9.97%를 보유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분율 9.96%로 10% 한도를 거의 채운 상태다. 지난해 초 대비 6만5853주 감소한 4140만2150주를 보유중이다.

특히 지방금융사 주식 지분율을 크게 늘린 점이 눈에 띈다. DGB금융 지분은 1102만2714주 더 사들여 2133만686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초 6.09%였던 지분율을 12.61%까지 높였다.


2019년 말 최대주주에 오른 BNK금융도 지난해에만 621만1715주 더 매입해 4389만6491주를 보유중이다. 지분율은 13.47%로 7개 금융지주 중 가장 높다. JB금융 지분도 늘었다. 연초 대비 629만1556주 증가한 2016만8325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0.24%로 높아졌다.

◇실적대비 저평가 '눈독'…주주권도 적극 행사

국민연금이 금융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7개 금융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배에 못 미친다. 금융사별로 PBR은 △KB금융 0.4 △하나금융 0.4 △신한금융 0.4 △우리금융 0.3 △JB금융 0.3 △BNK금융 0.2 △DGB금융 0.2 등에 머물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치주 순환매 가능성과 내년 배당성향 정상화 기대감 등을 고려할 경우 올해는 은행주 강세를 기대한다"며 "은행 실적이 올해 5% 이상의 증익이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익성 대비 과도한 주가 저평가 현상은 점차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연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9월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금융주 지분을 늘리면 외국인주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주가 방어가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국민연금이 금융사 경영에 개입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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