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해외유학 장학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이 선발된 장학생들에게 축하와 격려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제공=SK
◇18만 회원 소속된 대한상의, 키 잡을 최태원=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18만 회원사를 아우르는 138년(1884년 한성상업회의소) 역사의 국내 최고(最古) 민간 경제단체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수장이 되면 재계에선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본다. 최 회장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과 잦은 모임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가 대한상의 회장이 되면 허창수 GS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전경련과 역할이 뒤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 창업자, 구자경 LG 명예회장, 최종현 SK 창업자와 등이 활동하던 산업화 시기에는 전경련이 대한상의보다 재계를 대변하는 힘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후 전경련이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 같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재계를 대표하는 무게중심은 대한상의로 이동했다.
더욱이 박용만 두산 회장(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상의 회장을 맡으며 단순히 경제계 목소리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통합에 역점을 두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24일 전북 군산의 창업지원센터 ‘로컬라이즈 타운’을 방문해 청년 창업가들과 만났을 때 장녀 최윤정 씨(31-사진 왼쪽), 차녀 최민정 씨(29)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두 딸은 군산 청년 창업가가 운영하는 사진관 월명스튜디오에 들러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로컬라이즈 군산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최 회장과 두 딸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사진제공=로컬라이즈군산
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두고, 기업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함께 가야 한다는 신념을 늘 밝혀왔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것도 오래 전부터 그가 역설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사회가 기회를 줘서 성장한 것이지, 우리만 잘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다"며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고, 이것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약자가 더 어려워지는 일이 없도록 기업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가 일명 '더블 바텀라인' 경영에 관심을 쏟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 회장은 "재무제표의 마지막 바닥에 있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등 '경제적 가치'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없다"며 "재무제표 바닥에 더블 바텀으로 '사회적 가치' 항목을 만들어 함께 해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SK그룹이 강조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 회장은 그동안 정부에 할 소리는 하면서도, 재계의 목소리 중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슈에 대해서는 재계 전반의 목소리에 무조건 따르진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단체 공동성명에서 대한상의만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린 것도 이 때문이다. 최 회장이 앞으로 이런 자기만의 역할을 어떤 식으로 할 지도 관심거리다.
당장 논란이 큰 기업규제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재계의 최대 현안과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중소 중견 기업들의 현안 해소 같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절차에 따라 오는 2월 서울상의 회장이 된 후, 다시 대한상의 총회에서 각 지역 상의회장들의 추대를 거쳐 3월께 대한상의 회장에 정식으로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