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중문에 호텔 '소(小) 삼국지' 구도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제주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제주, 그랜드조선 제주가 모여있는 모습. /사진=네이버 지도
올해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온전히 조선호텔을 강조한 사명으로 바꾼 뒤 출점하는 첫 호텔인 그랜드 조선 제주는 SK디앤디가 인수한 켄싱턴 제주를 임차해 리뉴얼한 호텔이다. 롯데호텔, 신라호텔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서귀포시 중문 관광단지에 위치한 만큼, 토종 호텔체인으로 자리매김한 두 호텔과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서 입증한 '라이프스타일 여가 플랫폼'
제주 프리미엄 '호캉스'도 파고들까
제주 프리미엄 호캉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롯데호텔 제주(위)와 제주 신라호텔 전경. /사진=각 사
그랜드 조선 제주 역시 가족, 호캉스에 집중했다. 전체 객실 중 30% 가까이를 스위트 객실로 꾸몄고, 기존 호텔 옆에 스위트 객실만 갖춘 풀빌라 스타일의 '그랜드 조선 힐 스위트'를 새로 지었다. 기존 켄싱턴 제주가 있을 당시 2030 호캉스족에게 호평을 받았던 사계절 온수풀을 조성했고 스파와 키즈클럽까지 갖췄다. 제주가 코로나19로 막힌 해외여행의 대체재인 데다, 가족단위 여행객도 적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제주 지역 프리미엄 호캉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의 입지가 워낙 탄탄해 얼마나 효과를 낼 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오갈 곳 없어진 신혼여행 수요 상당수를 거둬들이며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영향력을 더욱 강화했다. 신라호텔의 경우 전기차 서비스나 제주산 애플망고 빙수, 맛있는 제주만들기 사회공헌 서비스 등 지역사회와의 유대도 상당한 만큼, 신규 호텔인 그랜드 조선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란 관측도 나온다.
특급호텔 화두 내국인 비중 높은 제주 노려라
코로나19 종식 시기도 관건
지난해 11월 28일 제주국제공항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속에서도 제주 특급호텔 열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제주가 다른 지역과 달리 내국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서울·부산의 5성 호텔 외국인 비중은 56.25%, 29.40%에 달하지만 제주는 12.5%에 불과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보단 내국인 호캉스 비중이 크다는 뜻으로, 코로나 여파를 어느정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 해외여행 소비가 31조원에 달했는데, 해외여행이 막힌 상황에서 소비 전반이 국내여행으로 쏠릴 수 있단 분석을 내놨다. 업계 안팎에선 이 경우 가장 수혜를 받는 곳은 제주 특급호텔로 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것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대체재인 제주가 부각되고 위생·프라이빗을 중시한 럭셔리 호캉스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제주 지역 특급호텔들은 다른 곳보다 사정이 나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객실이나 연회, 부대시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