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 가능성 높인 韓연구팀, 뒤엔 삼성이 있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1.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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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사진) 연구팀이 한국뇌연구원 박형주 박사팀과 공동으로 자폐증·조현병·치매 등 뇌 신경질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연구성과를 냈다. 이 연구결과는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기억 유지·형성 등 새로운 방식 규명…뇌질환 치료의 전기 마련
정원석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사진제공=삼성전자정원석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사진제공=삼성전자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정 교수 연구팀 등은 '성인의 뇌가 기억을 유지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에서 뇌에 시냅스가 제거되는 새로운 방식을 규명했다.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뇌 안에서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기존 시냅스는 사라지고 새로운 시냅스가 생성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존 시냅스가 어떻게 사라지는지, 시냅스가 사라지는 현상이 뇌의 기억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뉴런을 둘러싼 신경교세포 중 가장 많은 별아교세포가 급격한 뇌 발달기에 시냅스를 제거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신경교세포는 뇌에서 뉴런을 도와 뇌 항상성 유지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로 별아교세포,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까지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로 알려졌지만 연구팀은 성장한 생체의 뇌에서도 미세아교세포보다 별아교세포가 더 활발하게 시냅스를 제거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미세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주된 세포일 것이라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고 별아교세포에 의한 시냅스 제거 현상이 뇌 신경회로의 기능과 기억 형성에 필수적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에서 뉴런을 도와 뇌 항상성 유지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인 별아교세포(하얀색)와 미세아교세포(파란색)가 시냅스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뇌에서 뉴런을 도와 뇌 항상성 유지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인 별아교세포(하얀색)와 미세아교세포(파란색)가 시냅스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연구팀이 생쥐를 대상으로 검증한 실험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이 실험에서 유전자 변형을 통해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작용을 억제한 생쥐에서는 불필요한 시냅스가 제거되지 않았고,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는 데도 문제가 발생했다.

시냅스가 제거되고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에 별아교세포가 미치는 영향이 뇌가 기억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이 검증된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별아교세포가 시냅스를 제거하는 현상을 조절하게 할 수 있다면 자폐증, 조현병, 치매 등 뇌 신경질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 연구팀은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아왔다. 박형주 박사팀은 한국연구재단 뇌원천기술개발사업,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13년부터 1조5000억원 연구 지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는 연구 지원 사업이다.

매년 상·하반기 기초과학·소재·ICT 분야에서 지원할 과제를 선정하고 1년에 1번 지정테마 과제 공모를 통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미래기술 분야를 지정해 지원한다.

지금까지 634개 과제에 8125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다. 지난해 8월까지 국제학술지에 1200여건의 논문이 게재되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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