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양(입양 전 이름)이 입양되기 전의 모습(위), 입양된 후의 모습./사진=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EBS 방송화면
청원인은 각 지자체에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수가 적고, 피해 아동의 의료비도 편성되지 않았다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마련해야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동이 신체 학대를 당했다면 의료기관으로 조치하라면서, 의료비를 단 1원도 편성해주지 않았다"며 "자비로 피해 아동의 의료비를 부담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당시 이 청원은 5000여명의 동의만 얻고 마감됐으나 지난 2일 정인이 사건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도된 이후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 시각 인기 뉴스
현장가도 조사 거부…"집안일인데 왜 조사하냐"청원인이 언급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의 애로 사항을 보면 정인이 사건은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하던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했다. 민간 사회복지사보다 공적 영역의 공무원 조사에 사람들이 좀 더 협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따라 각 시·군·구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현장 조사 업무를 진행하도록 했지만, 조사에 불응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A씨는 "집안일인데 왜 조사하냐고 거부하고, 연락이 안돼서 불시방문을 했는데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며 "부부싸움도 아이의 정서적 학대로 보고 조사하는데, 조사 거부율이 높아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 제 71조 2항 7호에 따르면, 관계 공무원이나 전담 공무원이 진행하는 아동학대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기피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학대 행위자가 조사를 계속 거부하면, 수사기관인 경찰과 동행해 조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학대전담경찰관들은 가정폭력, 노인학대 등 다양한 사건을 모두 담당해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도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담당관이 전문가로서 장시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공무원들이 그런 식으로 근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 중 아동학대 현장에 투입되고자 하는 사람을 선발하거나 아동학대 방지 업무를 해온 민간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현장 조사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들에게 특수사법경찰권을 도입해 권위를 높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민간 조사 업무를 공공화한 것은 바람직한데, 여전히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이 강제 조사를 하기 어렵다"며 "사람들이 경찰 말은 듣기 때문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에게도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공적 권위를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