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시장 날개 달아줄 리츠ETF…"갈 길 멀었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1.11 03:53
글자크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리츠 시장에 날개를 달아줄 상장리츠 ETF(상장지수펀드)가 연내 등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공모 흥행 실패로 당초 예정됐던 리츠 상장 일정이 줄줄이 연기된데다 상장리츠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턱없이 부족한 상장리츠…"규모도 숫자도 커져야"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리츠는 13개다. 지난해에만 6개가 늘었다. 굵직한 자산을 가진 리츠들이 상장하면서 시총은 4조1215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상장리츠 시장은 커졌지만, 상장리츠 ETF 출시는 요원하다. 상장리츠 ETF를 설정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돼 있지만, 지수를 구성할 상장리츠 수가 모자란다.

한국거래소는 2019년 '리츠인프라·우선주 혼합지수'를 선보인 바 있다. 해당 지수는 리츠를 포함해 배당 수익 중심의 인프라와 우선주로 구성됐다. 그러나 지수 편입 비중의 절반 이상이 인프라와 우선주이기 때문에 리츠지수로 보긴 어렵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상장리츠 비중을 늘려 최종적으로 상장리츠로만 지수를 구성할 계획이지만, 아직 지수에 편입할 만큼의 시총 규모를 갖춘 상장리츠가 없다"며 "지수 편입이 가능한 상장리츠가 최소 10개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있어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시총 1000억원 이상 상장리츠는 8개이고 그 중에서도 지수 편입이 가능한 리츠(자기관리·재간접 리츠 제외)는 롯데·신한알파 등을 포함해 5개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리츠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리츠 ETF를 활용한 투자가 활성화돼 있다"며 "부동산 자산 간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데다 배당수익도 안정적이어서 기관발 자금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뱅가드 부동산 ETF는 미국 리츠시장의 약 3분의 2를 포함하고 있다. MSCI REIT 지수를 따르는 ETF로 주로 중대형주를 포함한다. 2020년 11월 말 기준 180개 리츠 종목을 담고 있다. 순자산은 249억달러(약 27조원),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4.72%다.

성장주에 쏠린 투자자…줄상장 이어갈 수 있을까
ETF 출시를 위해서는 리츠가 지속적으로 상장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상장리츠들의 잇단 공모 흥행 실패가 신규 상장을 노리는 운용사들에게 부담이다.

지난해 제이알글로벌리츠 (4,055원 ▲5 +0.12%)는 0.23 대 1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남은 물량은 상장주관사인 KB증권과 메리츠증권이 떠안았다. 뜨거웠던 공모주 열기는 리츠를 빗겨갔다.

'마스턴프리미어제1호리츠'는 기관 수요예측이 저조하게 나오자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디앤디플랫폼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등도 상장 일정을 미뤘다. 투자자들의 눈길이 성장주에 쏠리면서 배당 중심의 리츠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 것.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성장주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현 시장에서 리츠를 상장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리츠 상장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츠 시장을 옭아매는 규제들도 걸림돌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제도상 공모주식펀드와 공모주식형 ETF는 복층재간접리츠에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한계가 시장 활성화를 막는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