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이여, 목소리를 내자

뉴스1 제공 2021.01.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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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터닝 포인트 2021]

[편집자주]'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1'이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치유와 변혁의 시대: 공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터닝 포인트: 미국 4대 스포츠 리그의 팀들이 팬들과 선수들 양측 모두의 압력을 받고 인종차별과 경찰의 만행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와 훈련을 취소했다.



“입 닥치고 드리블이나 하시죠.”

미국프로농구(NBA)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에서 활약 중인 르브론 제임스가 지난 2018년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 정치, 미국에서 흑인으로서 유명인이 되는 것 등에 대한 어려움 등을 언급하자 인터뷰를 진행하던 뉴스 앵커가 한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르브론은 그런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운동선수이자 사회운동가인 르브론을 처음 본 것은 2012년이었다. 그와 그의 마이애미 히트 팀 동료들은 플로리다에서 비무장 흑인 10대 소년 트레이본 마틴이 후드티를 입은 채 지역 자율방범대원인 조지 짐머만의 총에 맞아 살해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후드티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2014년 흑인 남성인 에릭 가너는 뉴욕에서 경찰관에게 목이 졸려 사망했다. 당시 경찰의 목조르기는 금지된 행동이었고, 이후부터 뉴욕주에서는 불법이 됐다. 그 직후 르브론은 경기 전 준비운동 때 ‘숨을 쉴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이는 가너가 남긴 마지막 유언으로, 경찰관들이 그를 체포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물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른 선수들도 르브론의 행동을 따랐다. 하지만 가장 조명을 받은 사람은 르브론이었다.

2020년 여름에도 르브론은 여전히 주목을 받는 인물이었다. 르브론은 자신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인종차별, 불평등, 경찰의 잔혹성에 항의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의 투쟁은 전례 없는 시위, 세계를 뒤흔드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그리고 우리의 친구였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죽음을 포함한 깊은 개인적 상처 앞에서 계속 활발해지고 있다.


르브론은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맹렬한 용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흔들림이 없고, 솔직하며 열정적이다. 코트 위에서나 마이크를 잡고 있을 때나 그야말로 막을 수 없는 존재이며,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그는 자신의 기술과 커뮤니티를 위해 헌신한다. 목소리를 높여야 할 운동선수들에게 침묵을 강요한 기존의 역사에 맞서 싸우면서도 말이다.

음악가들은 항상 사회운동, 행동주의, 평등에 대해 노래하고 가사도 쓴다. 배우들은 자기 의견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으며, 종종 개인적으로 특정 정치 후보자들을 지지하거나 모금 행사를 주최하고 파티를 열기도 한다. 기업 경영자, 작가, 예술가들은 모두 최신 뉴스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운동선수들은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일 때문에 비판에 직면하곤 한다.

진정 사람들은 우리를 단지 몸뚱어리로 보는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육체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성취하고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음으로써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만 하면 그만인 존재로 말이다. 근육, 뼈, 피, 땀의 집합체도 의견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해하지는 않을까?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고, 정치는 정치일 뿐일까?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이에 대해 듣는 말은 종종 이렇다. “공이나 쳐라”, “슛이나 해라”, “입 닥치고 드리블이나 해라.”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언제나 결정적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우리 운동 선수들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나라에 산다는 점이다. 오늘날 많은 운동선수가 증명할 수 있듯이, 그것은 우리가 온갖 부정과 불평등의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와 똑같이 생겼지만, 우리처럼 유명하거나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해 살해당한 사람들과 똑같이 말이다.

경찰관들이 쏜 전기 충격기를 맞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스털링 브라운이나 땅에 처박혀 15분 동안 수갑이 채워졌던 내 테니스 동료 제임스 블레이크에게 물어보면 된다. (경찰관들은 단순히 “사람을 혼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운동선수라고 해서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스포츠는 단 한 순간도 정치와 무관한 적이 없었다. 스포츠를 하는 것이 인간인 이상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무하마드 알리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고도 수십 년 동안 정의의 목소리를 내는 삶을 살았다. 지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때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시상대에서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어 올려 야유를 받았고,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는 대중과 언론의 비난 물결에 직면했다.

콜린 케퍼닉은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경기 전 국가가 나올 때 자기 경력에 해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이 같은 행동으로 인해 다시는 경기에서 뛰지 못할 뻔했다. 메간 라피노는 성소수자(LGBTQ) 권익 운동과 동일 임금을 일관성 있게 지지했다. 그 때문에 미국 대통령에 맞서 백악관 방문을 거부해야 했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여자 테니스에서 평등을 위해 싸운 빌리 진 킹의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 코코 가우프는 어린 나이에도 온라인에서 열렬히 활동하고 있으며,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공개적이고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

하지만 이 모든 발전에도 나는 여전히 운동선수로서 우리가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우리가 받는 TV 중계와 소셜미디어(SNS)상의 인기를 고려할 때, 오늘날 운동선수들은 과거보다 더 크고 눈에 띄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할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나는 입 닥치고 드리블이나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1) © 뉴스1
오사카 나오미는 프로 테니스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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