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신축]제주허니문서 익수자 구한 경찰…"새해 소망은 국민 건강이죠"

뉴스1 제공 2021.01.0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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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부인은 심폐소생술 도와…'LG 의인상' 상금 기부
"경찰 가족들 여러 위험 노출, 자기방역으로 지켜가야죠"

(김태섭 대전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장 제공) © 뉴스1(김태섭 대전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장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부부가 한 팀(Team)이 돼서 소중한 시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죠.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기에 맞이하는 신축년(辛丑年) 새해에는 전 국민이 건강하고,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의인'으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태섭 대전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장(33)은 지난 31일 <뉴스1>에 이같이 말했다.



김 경장은 지난해 9월 제주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해수욕장에서 익수자 2명을 구하면서 언론과 일반의 주목을 받았다.

김 경장 부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계속 바뀌는 탓에 결혼식도 미뤘고, 해외로 떠날 계획이던 여행도 제주로 조정했다. 그러나 김 경장 부부의 제주행은 익수자들에겐 천우신조(天佑神助)였다.



태풍 '마이삭'(Maysak)의 직접적 영향을 받던 지난해 9월1일, 입도 사흘째 김 경장 부부는 숙소 근처 색달해수욕장을 거닐다 물에 빠진 이들을 목격하게 됐다.

그는 "파도가 높았고, 튜브도 없는 상태에서 (익수자들이) 해변에서 멀어지는 것을 봤다"며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구조대원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으로 생각돼 일단 무조건 뛰어들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높은 파도와 센 바람에 익수자를 구조하기까지 1분이 1시간 처럼 길게 느껴졌다. 수십분의 악전고투 끝에 김 경장은 구조자를 뭍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해양경찰(해경)과 달리 육지에서 근무하는 경찰인 김 경장이 머뭇거리지 않고 바다로 뛰어들 수 있던데는 스킨스쿠버 실력과 함께 앞서 수료한 경찰수사연수원 수중과학수사교육도 한 몫했다.

이 교육은 저수지나 하천, 호수 등 내수면에서 변사자 수색이나 범행 증거물 채증을 위한 교육이다. 김 경장은 부유물 등 악조건과 관련한 교육도 받았다.

가까스로 익수자 2명을 끄집어낸 김 경장을 곧바로 지원한 것은 간호사이자 스킨스쿠버 강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 부인 원혜선씨였다.

수중에서 기절하거나 호흡에 곤란을 겪는 이들을 여러 명 봐온 원 간호사는 김 경장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동안 익수자의 회복자세를 봐주며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

(김태섭 대전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장 제공) © 뉴스1(김태섭 대전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장 제공) © 뉴스1
이후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익수자들은 후유증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김 경장 부부의 선행은 조용한 미담에 그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친 국민들 마음에 '영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우한 교민 이송에 자원해서 지원하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내주는가 하면 탈주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 확진자를 붙잡는데 애쓰는 등 2020년 국민을 위해 애써준 우리 경찰에 대한 감사도 투영됐다.

새 생명을 선물했더니 감사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대전시와 대전경찰청, 제주도는 김 경장 부부에게 감사의 뜻과 함께 표창패를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행사에 김 경장을 초청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9.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0.9.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LG복지재단에선 'LG 의인상'을 수상했다. 김 경장은 원 간호사와 협의 끝에 조두순 피해자 가족 이사비와 유기견센터 지원을 위해 전달했다.

그는 새해에도 경찰로서 시민 안전과 범죄자 검거를 위해 발로 뛸 것을 다짐했다. 새해 태어날 자녀에게도 당당한 아빠가 되는 게 목표다. 김 경장은 "경찰 가족들은 항상 여러가지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근무 중이다. 스스로 방역 등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버텨나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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