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판호 발급' 예언한 이 사람 "엔씨 이상의 성과 낼 수 있다"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1.01.04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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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금 저작권 회수 돌입…"미르4, 장기 흥행작 기대"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해 말 컴투스가 중국 정부로부터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대한 판호(版號·유통허가)를 발급받자 업계가 들썩였다. 중국 정부가 3년 10개월 만에 한국 게임 서비스 판매를 허가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앞서 이를 미리 예상한 듯한 발언으로 주목받는 이가 있었다. 장현국 위메이드 (45,950원 ▼2,050 -4.27%) 대표다.
'판호 발급' 적중한 장 대표 발언에 업계 주목…"이른 시일 내 中 시장 열릴 것"
장 대표는 컴투스가 판호를 발급받기 불과 2주전 ‘지스타2020’ 기자간담회에서 미르4의 중국 서비스를 자신하며 판호 발급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판호 문제가) 좋아지는 방향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긍정적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말을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기업 대표들이 으레 내뱉는 정신승리성(?) 발언이거니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진핑 주석 방한이 연기되는 등 기대감이 사라졌을 때다. 그러나 이번에 판호 발급 시기와 묘하게 겹치면서 장 대표의 예지력에 놀랍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장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중국통(中國通)으로 유명하다. 위메이드가 중국을 주 무대로 사업을 해온 영향이 크다. 업계는 장 대표가 중국 사업을 통해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현지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 대표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스타2018’ 때도 중국 판호 발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산 게임과 한국산 외 게임에 대해선 판호가 나왔다. 당시엔 중국 정부가 내수 게임들에게도 판호를 주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장 대표는 쑥스러워했다. 그는 지난해 말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에 특별한 정보원이 있다기보다 중국에 있는 파트너들이 현지에서 끊임없이 소통한 결과를 종합해서 말했던 것 뿐”이라며 “시기를 확실히 단정할 순 없지만 이른 시일 내 열릴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판호 발급 여부는 국내 게임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당장 판호 발급을 손꼽아 기다리는 업체들이 줄섰다. 이같은 상황에 중국을 보는 눈은 곧 업체별 경쟁력이다. 장 대표가 한발 더 깊이 중국을 알 수 있었던 배경엔 ‘미르의전설(미르)’이 있다.

'미르' 배상금·저작권 회수 단계 돌입…"리니지 이상의 성과 충분"
장 대표는 2013년 위메이드 대표를 맡으면서 미르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권리를 찾는 데 집중해왔다. 미르 IP가 중국에서 수탈에 가까울 정도로 불법 베끼기가 만연된 것을 확인하고 중국 기업들과의 긴 싸움에 돌입했다. 미르를 빼닮은 아류작들이 한해 약 9조원을 벌어가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미르는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함께 보유한 IP다. 액토즈소프트의 개발자였던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독립 후 위메이드를 설립하고 미르2를 출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중국계 게임사 샨다게임즈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고, 미르 IP를 무단으로 활용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소송 초반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비웃음도 샀지만, 올 들어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최근 싱가포르, 한국,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 법원에서 진행된 중재에서 연이어 승소한 것이다.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와 샨다게임즈에 손해배상금 2조5000억원을 청구한 상태로, 올해 회수를 자신하고 있다. 장 대표는 미르 IP 분쟁이 시즌1을 넘어 시즌2, 3를 병행하는 단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제껏 IP 권한을 명확히 확인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 손해배상금과 저작권을 온전히 회수하는 시즌 2, 3에 돌입했다”며 “시즌3까지 마무리되면 저작권 분쟁은 끝난다. 여기까지 가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이토록 미르 IP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르의 엄청난 잠재력 때문이다.

실제로 미르의 가치는 국내 최고 IP로 평가받는 ‘리니지’를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니지가 국내 1등 IP라면, 미르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IP다. 장 대표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완전히 소유하면서 시총 20조원 기업으로 거듭나는 등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위메이드가 미르 IP를 온전히 찾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신작들이 성과를 낸다면 엔씨소프트 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미르4, 중국 진출 앞서 한국·대만서 워밍업…"IP 보유사 아닌 제작사로 거듭날 것"
같은 맥락에서 장 대표는 한달 전 출시한 ‘미르4’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 위메이드가 ‘미르3’ 이후 18년 만에 내놓는 첫 모바일 게임인데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서다. 장 대표는 ‘미르4’의 초반 성적을 두고 “꽤 괜찮다”고 평했다. 그는 “보통 국내 게임사들은 구글플레이 매출이 70~80% 정도인데 미르4는 절반이 안된다”며 “미르4는 모바일과 PC에 동시 출시하면서 구글 뿐 아니라 다른 스토어에서도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매출 순위가 부진하다는 일각의 평가를 반박한 것이다. 미르4는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미르4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마켓 뿐 아니라 원스토어, 갤럭시 스토어까지 출시됐다. 양대 마켓 위주로 출시해 매출 순위를 높이는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PC판 미르4의 경우 원스토어 매출로 연결된다. PC에서 결제시 원스토어 매출로 산정된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미르4의 월 매출이 130억~150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의 월 매출보다 미르4의 첫 달 매출이 많다”며 “미르4는 장기적 흥행작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 대표는 미르4의 진가가 중국 시장에서 증명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판호 발급도 문제없다고 봤다. 그는 “국내 흥행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본 무대는 중국”이라며 “현재 관심을 보이는 중국 퍼블리셔도 있고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중국 출시 전 유사한 문화권인 대만 시장에 선 출시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미르4를 필두로 올 상반기 미르M과 미르W까지 중국에서 흥행을 거둬 단순히 미르 IP 보유사가 아닌, 제작사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각오다.

장 대표는 우수한 개발사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자회사인 조이맥스를 M&A(인수합병) 플랫폼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조이맥스 대표를 겸직하며 M&A를 주도하고 이길형 대표는 게임 개발을 맡는다. 조이맥스는 최근 173억 규모의 유상증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장 대표는 “상장사는 자금 조달이나 M&A면에서 비상장사보다 훨씬 유리하다”며 “상장사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필요하면 자금을 조달해가면서 성공한 개발사들을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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