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오른다…회사도 모른다는 '유사 테마주' 급증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1.0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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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오른다…회사도 모른다는 '유사 테마주' 급증


막대한 유동성으로 증시에 돈이 몰리는 가운데 '유사 테마주'까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등 테마주가 부상하면서 정작 크게 관련 없는 기업의 주가까지 오르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9일 종근당바이오 (24,150원 ▲600 +2.55%)는 전 거래일 대비 6100원(8.27%) 오른 7만99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4만원에 못 미치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종근당바이오 상승 배경으로는 계열사 종근당 (101,100원 ▲500 +0.50%)의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개발이 꼽힌다. 종근당 (101,100원 ▲500 +0.50%)은 지난 6월부터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해왔다. 지난 14일에는 호주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문제는 종근당바이오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종근당바이오는 항생제 등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락토핏'의 원료를 공급한다.

그러나 11월 이후 종근당바이오가 104% 오를 동안 종근당은 42%, 종근당 지분을 24.5% 보유한 지주사 종근당홀딩스 (61,500원 ▲1,100 +1.82%)는 28% 오르는 데 그쳤다. 정작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종근당보다 종근당바이오가 훨씬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종근당바이오 관계자는 "실제로는 종근당바이오와 코로나 치료제는 크게 상관이 없는데 주주들이 오해했을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급등한 주가가) 원래 주가로 돌아가게 되면 주주 피해가 우려돼 저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제지 테마주로 꼽히는 신풍제지 (820원 ▲2 +0.24%)도 이와 비슷하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택배 박스 및 위생용지 수요 증가에 따라 골판지·백판지 관련 업체 주가가 뛰면서 신풍제지 (820원 ▲2 +0.24%)도 올해 초 대비 129% 올랐다. 이는 국내 1위 제지업체 한솔제지 (2,785원 ▼5 -0.18%)(-2.80%)나 주요 골판지 업체인 아세아제지 (8,450원 ▼50 -0.59%)(14.62%), 신대양제지 (5,670원 ▼30 -0.53%)(4.20%)의 상승률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신풍제지는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종이 생산을 중단한 지 오래다. 지난 9월에는 제지 생산을 해오던 평택공장의 기계설비를 한창제지 (810원 ▼15 -1.82%)에 일체 매각했다. 신풍제지 측은 "평택공장부지 수용에 따라 제조업을 중단하고 지류 유통업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현재 골판지를 취급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KPX생명과학 (2,085원 ▲35 +1.71%)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 관련주로 꼽히며 올해 들어 107% 올랐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세계 최초로 승인받는 등 성과를 거듭하면서 이 회사도 주목받았다. KPX생명과학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항생체중간체인 'EDP-CI'를 화이자에 장기간 독점 공급해왔다.

그러나 이 항생제 중간체는 백신과는 대체로 무관하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세균 감염에 효과적인데, 코로나19는 바이러스 감염이기 때문이다.

KPX생명과학 관계자는 "보통 백신은 바이러스, 항생제는 세균을 잡는 데 쓰이는 만큼 서로 개념이 다르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들 유사 테마주는 주가 변동성이 크고, 재료 소진에 따른 주가 급락도 이어지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량기업을 골라야 주가 변동성도 덜하고, 덜 불안하게 투자할 수 있다"며 "리스크가 적고 저평가 요소가 있는 기업을 찾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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