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팜 온실 안을 가득 채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화분 여러개를 한 레일에 매달고 레일을 위아래로 설치하니 일반 온실에 비해 6~18배의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사진=코리아팜
지난달 23일 찾은 충남 보령 관창산업공단에 있는 코리아팜은 미래 농업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른바 '디지털 강소농'이라 불리는 곳이다. 공장에서 쓰이던 컨베이어벨트를 온실에 들여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동시에 스마트폰을 통해 온실 상태를 점검하고 자동으로 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
지난 23일 코리아팜 직원이 스마트팜 한켠의 작업공간에서 앉은 채 작물의 이파리를 솎아내고 있다. /사진=코리아팜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작물은 컨베이어벨트가 작업공간보다 1m 가량 낮은 곳으로 지나간다. 작업자의 눈높이에 맞춰지기 때문에 기존 온실처럼 사다리를 탈 필요가 없다. 한 자리에 앉아서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보니 노약자나 장애인도 손쉽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온도·습도·채도 등 온실 안 환경 변화는 일부 트레이에 설치된 센서가 10분마다 감지해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스마트폰으로 시스템을 연계해 서울에서도 보령 온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 코리아팜은 현재 사용중인 수입 센서를 대체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시제품 실험이 끝나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센서까지 만들기 시작하면 100% '메이드 인 코리아' 시설이 된다.
일반 온실보다 최대 18배 많은 수확 가능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돌아가는 작물이 관수 지역의 센서를 건드리면 자동으로 물이 나온다. /사진=코리아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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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있다보니 병해충의 침입이 어려워 방제비용도 줄어든다. 보령 코리아팜 온실에서 자라는 고추, 상추, 오이 등은 모두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작물이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은 작물에 스트레스로 작용해 오히려 강하게 자라도록 돕는다. 온실 안을 오가며 상하좌우 골고루 햇빛을 받다보니 광합성에 유리해 생장도 일반 온실보다 빠른 편이다.
기존 농업시스템에 비해 인건비도 9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파종부터 수확, 포장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덕분이다. 시스템 설치비용은 3.3㎡(1평)당 200만원 가량 들지만 부지 매입비용 절감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기존 온실보다 구축에 드는 돈이 더 적다는 게 최훈 대표의 설명이다.
컨베이어벨트와 자동관수에 드는 전기료는 겨울 기준으로 330㎡에 1일 16kW 정도다. 광합성과 관수가 필요 없는 야간에는 컨베이어벨트가 멈추고 낮에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료 기준으로 1달에 10만원에 못미치는 요금이 나온다. 최 대표는 "김치냉장고 몇대 놓는 정도의 전기가 든다"고 설명했다.
"농사초보·고령자에게 도움되는 스마트팜 플랫폼기업이 목표"
최훈 코리아팜 대표가 트롤리 컨베이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코리아팜
코리아팜의 온실에서 자라는 작물 중에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위탁한 무 등 계약작물도 있지만, 최 대표는 "농작물 키워서 돈을 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컨베이어벨트와 자동화 시스템을 결합한 설비를 전국 농가에 보급하고, 농민들이 이를 통해 재배한 작물을 수출하거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현재 이 시스템은 경기 남양주의 한 딸기체험농장과 경남 진주의 한 농업법인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상황이다. 몇몇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는 내년부터 설치에 들어간다. 코리아팜이 위치한 보령농업기술센터도 20여년 전 지은 유리온실에 올해부터 컨베이어 스마트팜 시스템을 설치하고 고추 재배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현재 농촌사회는 65세 이상이 절반 가까이 되는 심각한 고령화와 더불어 농업소득이 연 2000만원도 안되는 게 현실"이라며 "스마트팜이 농사에 서투른 귀농인, 청년창업자와 힘이 부족한 고령자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