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살아난' 윤석열, 징계 자체 무효화될 수도(종합)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0.12.2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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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윤석열 총장 집행정지 신청 인용 결정…직무복귀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1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식물총장' 위기에서 벗어나 임기 끝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월선 원전비리 의혹 등 중요수사 지휘권도 계속 행사하게 된다.

특히 주력했던 징계절차 부분에서도 유의미한 판단을 얻어냈다. 정직 징계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석열 총장, 집행정지 사건서 승리, 직무복귀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24일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정직 2개월 징계는 본안 징계취소소송 판결 후 30일까지 효력이 정지되고, 윤 총장은 직무에 임시복귀한다. 본안소송은 판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반면 윤 총장의 남은 임기는 7개월 남짓이다. 본안 소송에서 계속 다투겠지만, 일단 이번 결정으로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본안 소송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원래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는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제3항에서 규정한 '행정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손해를 구제할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지' 등을 다루고 본안 소송에서 심판할 내용은 다루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판사 정보수집' 문건 "부적절하나 징계사유 될지 더 따져봐야"
그러나 이번 윤 총장 사건은 징계절차의 공정성, 징계사유의 타당성 등 본안소송이 심판할 내용까지 다뤄졌다. 이번 집행정지 사건 결론에 따라 윤 총장이 임기 끝까지 월성 원전비리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식물총장'으로 임기를 마칠지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윤 총장의 징계혐의들이 실제로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더 따져볼 필요가 있으므로 일단 총장 직위를 유지해줘야 한다고 봤다. 먼저 최대 쟁점이었던 법관 정보수집 문건에 대해 재판부는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이 이 문건을 이용해 특정법관에 대한 비방여론을 형성하려 했다는 추미애 법무장관 측 주장에 대해 "본안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채널A 사건 감찰방해 혐의 "징계사유 일응 인정되나 윤 총장 반론 들어야"
윤 총장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방해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채널A 취재윤리 위반 사건에서 한 검사장 이름이 나오자 윤 총장이 한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검 감찰을 방해했다는 것이 혐의의 골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검 감찰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없이 감찰활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현 시점에서도 징계사유를 일응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총장 측에서 △감찰을 방해하려 한 것이 아니라 진상조사를 먼저 제대로 한 후 감찰 여부를 결정하려 했다고 해명 중이라는 점 △한동수 감찰부장이 감찰내규와 대검 감찰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고 바로 감찰에 착수한 점 △윤 총장이 감찰 방해가 아니라, 절차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본안 소송에서 윤 총장 측 변론을 추가로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윤 총장이 채널A 사건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넘긴다고 했다가 수사자문단에 회부한 것은 수사방해라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범위에 있다고 보인다"며 징계사유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추 장관 측 주장을 본안에서 더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장이 정치적 행보' 혐의 "징계사유 인정 안 돼"
윤 총장이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는 징계사유는 "추측에 불과해 비위사실을 인정하는 근거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나왔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계진출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했고,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정치중립을 깼다며 징계사유로 삼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추 장관의 주장과 소명자료만으로는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발언의 의도와 경위, 내용 등에 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징계절차 공정성 지적도 중요 부분서 인정…징계 자체가 무효될 수도
재판부는 징계절차 중 징계위원 기피신청 과정이 문제였다는 윤 총장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징계위원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을 하려면 재적위원이 4명이어야 한다. 윤 총장 측은 공정한 징계의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날 출석한 징계위원 5명 중 징계사유별로 2~3명씩 묶어 기피신청을 냈다. 징계위원들은 기피신청을 당한 당사자만 빠지고 나머지가 3명씩 머릿수를 채워 기피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때 3명인 상태에서 의결이 이뤄졌으므로 기피신청 기각한 의결은 정족수 미달로 무효가 되고, 뒤이은 징계의결 역시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규정과 의결수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툴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윤 총장 측은 본안 소송에서 이 부분 판단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직 처분 손해, 윤총장 개인 차원만 인정…정권수사 무산·국론분열 등 사회적 측면 모두 기각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제3항에 따라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결정하는 세 가지 기준에 대해 재판부는 윤 총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먼저 행정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구제 필요성에 대해 "윤 총장은 이번 징계처분으로 인해 총장 직무를 2개월 수행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며 "임기 등을 고려하면 이는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견디기 힘든 손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은 이 같은 윤 총장 개인의 손해에 더해, 월성 원전비리·옵티머스 비리 등 핵심인사들을 겨냥한 수사가 무산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이 없더라도 대검 차장이 직무를 대행해 일선 검사들과 함께 수사를 공정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수사가 무산될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집행정지 기각 사유로 규정된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윤 총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추 장관 측에서 "집행정지가 국론이 분열되고 윤 총장 징계혐의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은 공익을 대표해 검사들을 총괄 지휘·감독하는 권한과 그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부여된 자리"라며 "추 장관 측에서 든 자료만으로 이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총장 직책의 엄중함 등을 감안하면 뚜렷한 근거 없이 직무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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