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0만원 스타일리스트가 '60만 구독자' 거느리게 된 사연 [머투맨]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지성 기자, 김소영 기자 2020.1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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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터뷰│60만 구독자 보유한 남성들의 패션 멘토 '깡스타일리스트' 강대헌씨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월급 30만원 스타일리스트가 '60만 구독자' 거느리게 된 사연 [머투맨]


"깡형, 우리가 늙어서 할아버지가 되면 지팡이도 추천해줘"

단순한 패션 유튜버가 아니다. 10~20대 젊은 남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유튜버가 있다. 패션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이미지와 달리 겸손함과 상냥한 태도가 무기다. 패션에 '정답이 없음'을 강조하는 그의 말투는 항상 권유형이다.

'깡스타일리스트'는 패션 초심자에게는 교과서 같은 유튜브 채널이다. 채널의 운영자 강대헌씨(31)는 171㎝라는 자신의 현실적인 키를 강조하며 '누구나 옷을 잘 입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은 깡스타일리스트 채널은 어느덧 구독자가 60만명에 이른다.



채널에서는 연령대, 상황, 체형에 따라 남성들이 참고할 수 있는 스타일링 예시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각 패션 아이템별 스타일링은 기본이고 '패알못'(옷을 못 입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을 만나 직접 꾸며주고 옷차림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콘텐츠도 진행한다.

활발한 유튜브 활동으로 남성들의 멘토로 자리 잡은 강씨를 유튜브가이드 머투맨이 만나봤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강씨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돈, 인맥' 필요한 패션계, 유튜브 통해 스스로의 브랜드 키워
/사진=유튜브 채널 '깡스타일리스트' 캡처/사진=유튜브 채널 '깡스타일리스트' 캡처
-스타일리스트에서 유튜브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스타일리스트 일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돈, 인맥'이 없으면 성공을 못 한다고 했다. 겁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패션계가 그렇더라.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낙하산이 들어와 나를 밀어내는 식이었다. 그래서 내 자신이 유명해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패션에 대해 아는 것을 얘기할 곳이 없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패션에 대해 다루다가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넘어왔다.

-일반인들에 대한 패션 스타일링이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사실 일반인에게 스타일리스트가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연예인들은 외모가 훌륭해서 어떻게 입어도 크게 상관이 없다. 반면 일반인들은 일상생활이나 소개팅, 업무 미팅 등에서 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직업에 따라 신뢰를 주는 옷차림은 뭔지 이런 게 중요하다. 일반인에 대한 스타일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해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형 옷을 따라 했더니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런 댓글이 달리면 예전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를 할 때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

-회사를 꾸려서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활동을 하나.

▶패션 브랜드와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사업을 하고 있다. 브랜드는 스타일리스트와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브랜드를 입어도 좋았지만 내가 만든 옷을 누군가 입어서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비용면에서는 손해다. MCN은 패션 유튜버들이 전업으로 유튜브를 하려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패션이 유튜브에서 주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월급 30만원 받던 스타일리스트 시절 거쳐…"패션에 정답 없다"
/사진=유튜브 채널 '깡스타일리스트' 캡처/사진=유튜브 채널 '깡스타일리스트' 캡처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스타일리스트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가 뭘까.

▶23살에 처음 패션을 접했다. 제2의 아보키(인터넷 쇼핑몰)이 되자는 생각으로 군대 갔다 오자마자 쇼핑몰을 열었는데 망했다. 그때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대학교에서 전과를 했다. 이후 제대로 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팀에 들어갔다. 화려하고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상과 거리가 멀었다. 월급이 30만원이었다. 식비는 물론 옷을 살 돈도 없었다. 광고 스타일리스트를 거쳐 정치인, CEO 같은 VIP 스타일리스트를 했다.

-많은 사람이 패션을 어렵다고 생각한다. 옷 잘 입는 법을 조언한다면?

▶패션에 완벽한 정답은 없지만, 어느 정도 공식은 있다. 공식만 지켜도 실패하지 않는다. 기본 아이템과 무채색부터 시작하면 실패는 없다. 옷 잘 입기로 유명한 지드래곤만 해도 그 패션이 완성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10년 전부터 많이 접하고 자기 스타일을 만든 거다. 어떤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바로 영화감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패션도 그만큼 고민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부터 시작해 준비가 되면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키 작은 남성들을 위한 패션'이나 속옷 차림에서 옷을 입는 '룩북'으로 유명하다.

▶룩북은 국내 남성 유튜버 가운데 제일 먼저 했다. 완성된 패션만 보여주기보다는 입는 과정과 디테일을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다. 속옷 차림이 자극적일 수는 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 옷 겹겹이 무엇을 입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통했다. 단순히 패션 유튜버에 머물기보다는 관리하는 남자들을 위한 유튜버가 되고 싶다. 운동, 뷰티, 패션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싶다.

채널 조회 수익 많지 않아…TV 프로그램 버금가는 유튜브 만드는 것이 목표
/사진=김소영 기자/사진=김소영 기자
-구독자 60만명이 넘으면 수익이 상당할 것 같다.
▶너무 조회 수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수익은 사실 1년 전과 지금이 큰 차이가 없다. 월 수백만원 수준이다. 옷을 사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다 들어간다. 그럼 끝이다. 광고를 많이 넣으면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광고를 많이 넣지 않는 편이다. 외부 강의나 쇼호스트, 스타일리스트 이런 것들을 열심히 해서 수익을 만회하고 있다.

-채널의 방향성이나 유튜버로서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가짜사나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버금가는 콘텐츠를 만든 것처럼 패션 유튜버로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투자해서라도 재밌게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목표다. 패션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 프로그램을 하나 준비 중이다.

-머투맨 구독자와 머니투데이 독자를 위해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을 추천해달라.
▶사실 패션 채널은 많이 안 보는 편이다. 아침에 꼭 보는 채널이 있는데 '신박사TV'다. 성공에 대해 다루는 자기계발 채널이다. 이분이 리더를 위한 팁을 많이 전파한다. 두 번째는 '신사임당' 채널이다. 마지막 추천 채널은 '황소장의 부동산팩폭'이다.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이런 자기계발, 재테크 채널들을 즐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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