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그러나 이러한 거짓 해명에 대해 형사책임을 따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장관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자리에서만 본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오히려 법정에서 딸을 감싸준 교수만 위증수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서울대 로스쿨 인턴증명서에 대해 정 교수 측은 딸이 직접 로스쿨 세미나에 참석, 인턴활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딸 조씨는 세미나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며 "뒷풀이에 참석하기 위해 세미나에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장관은 공익인권법센터 직원 등의 도움을 받아 인턴십확인서를 임의 작성하고 위조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공인으로서 여러 과장보도를 감수해왔지만 이것은 정말 참기가 어렵다"면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등에서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저희 아이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고 센터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며 "발급 분명히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인 2019년 10월14일 사퇴했다.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한달 뒤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으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변호인을 통해 "법정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정 교수 재판에서도 증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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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 재판부 판단에 따르면 서울대 로스쿨 인턴증명서는 정당하게 발급받았다는 조 전 장관의 해명은 거짓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조 전 장관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 재판에서 아예 증언을 거부했기 때문에 위증 혐의 적용이 불가능하다.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도 거짓해명을 했다면 국회증언감정법 상 위증 혐의로 수사가 가능했겠지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사퇴했기 때문에 이 역시 불가능하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9월6일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딸이 서울대 로스쿨 인턴을 했는지에 대해 "분명히 했다"고 했고, 자신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은 위증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회증언감정법과 달리 인사청문회법에서 요구하는 후보자 선서에는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한다"는 내용이 없다. 위증 수사는 어렵지만, 별도로 진행 중인 조 전 장관 본인의 형사재판은 보다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 재판에 딸 학사비리 혐의도 포함돼 있다.
"조국 딸, 훌륭한 의사 되길" '제1저자 논란 교수'는 위증죄 수사 가능성반면 정 교수 재판에서 딸 조씨를 감쌌던 단국대 장영표 교수는 위증수사 가능성이 남아있다. 장 교수는 조씨에게 2주 체험활동을 시키고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시켜준 인물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조씨가 제1저자 역할을 했다고 보기에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특히 논란이 컸다.
재판부는 조씨가 체험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논문저자 등재가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신 장 교수 아들에게 서울대 로스쿨 인턴확인서를 떼주는 '스펙 품앗이'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씨가 단국대 체험활동을 시작할 무렵 정 교수와 장 교수 사이에 조씨를 논문 저자로 등재해준다는 약속이 있었다"며 "조씨는 장 교수의 논문 관련 연구원으로 활동하지 않았고 논문 작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자신이 지도한 연구원 A씨보다 조씨가 더 큰 역할을 했다며 제1저자 등재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적어도 연구방법을 이해한 조민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올렸다"고 했다. 검찰에서 "조씨는 '의학논문출판 윤리 가이드라인'의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제1저자 자격이 전혀 없다"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등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공의 시험을 보는데 논문이 필요해 전문의 선생님들이 (제자를) 관행적으로 1저자로 넣어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윤리 가이드라인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저자로 넣어주는 건 비일비재하다"고 진술했다.
단순히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증죄 수사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본인의 경험, 기억에 반하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점까지 인정돼야 형사책임 추궁이 가능하다. 장 교수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법정에서 조씨에게 "논문 제1저자에 등재해준 것을 후회한다"고 직접 쓴 이메일을 제시받고도 이 같이 진술한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장 교수는 검찰 신문조서 내용을 질문받자 고성을 지르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가 "변호사 참여하에 작성한 서류에 대해서 무작정 '아니다'라고 하면 위증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장 교수는 검찰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 부연 설명을 하고 싶다"며 딴 얘기를 해 재판부가 "피고인의 변호인이냐"고 엄중히 지적하기도 했다.
장 교수에 대한 위증수사가 진행된다면 조 전 장관 관련 사건 공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부장검사 단성한)이 맡게 된다. 검찰도 장 교수의 위증 여부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