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저 장비 등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주로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엘아이에스는 지난 16일 9817억원(9억달러) 규모의 KF94 마스크를 태국 제지업체 ‘더블에이그룹’(Double A Group)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전 8040원선이던 주가는 1만1850원까지 치솟았다. ‘9817억원’이라는 계약금액에 주가가 뛰었던 것이다.
더블에이가 지난 22일 한국지사 홈페이지를 통해 “더블에이, 더블에이 상표 및 더블에이케어 상표의 모든 제품을 포함한 당사 계열사는 해당 공시 기사와 관련이 없다”며 “한국의 어떤 회사와도 마스크 공급계약을 하지 않았음을 알린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7시5분이 돼서야 엘아이에스는 “이날이 계약금 예정일이었으나 미입금됐다”며 “이번 계약의 중개업체 관계자 등과 연락이 안돼 진위파악이 되지 않고 있어 공급계약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엘아이에스의 ‘9817억원’ 공시 전날부터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고 이 때문에 공시내용의 사전정보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공시가 나온 이후에도 엘아이에스의 해당 계약이 진짜인지에 대한 의혹이 역시 네이버 종목토론방 등에서 회자됐다.
2003년 엘아이에스가 설립된 후 올해까지 만 17년의 대부분을 레이저 장비 업무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올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특수직물 제조업’ 등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마스크업을 개시하기는 했지만 올 3분기 말까지 마스크 사업 관련 매출은 전무하다.
오비이락 격일 수 있지만 엘아이에스처럼 마스크 사업 관련 공시를 내고 논란이 제기된 종목들은 종종 눈에 띈다. 화장품 제조 등을 주업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은 올 6월 이피플러스라는 회사에 150억원 규모의 선급금을 지급키로 했다는 공시를 낸 바 있다. “덴탈마스크의 국내외 유통사업을 통해 영업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게 회사 측이 밝힌 선급금 지급 이유였다.

1996년 코스닥시장 개설 이후 상장된 상태로 파산선고를 받은 ‘1호 기업’인 에스제이케이 (18원 ▼24 -57.14%)도 올 8월 136억원 규모의 덴탈 마스크 공급계약 체결사실을 공시했다. 금액 자체는 커보이지 않았지만 전년도 에스제이케이 전체 매출의 3.6배 규모였다. 에스제이케이는 파산을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으나 불복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물론 모든 마스크 관련 계약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실제 상당 수 기업들이 우수 기술을 바탕으로 마스크 관련 사업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톱텍 (8,930원 ▼100 -1.11%)의 경우 디스플레이 등 설비업을 비롯해 나노멤브레인(나노막) 등에 대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이미 생리대 등 여성용품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톱텍은 올해 5월 조달청에 마스크 및 보조물품을 공급한 바 있다.
역시 지난 3월 조달청과 공급계약을 맺은 케이엠 (5,680원 ▼70 -1.22%)은 원래 정관상 주사업에 의료용품이나 장갑 등 제조업이 있는 데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507억원 중 32%에 이르는 489억원이 마스크에서 발생했다. 마스크가 주력인 회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