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린고비' 비판에 홍남기 "사소한 지적에 흔들리지 않아"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12.2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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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0.12.23.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0.12.23. [email protected]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재정 자린고비’ 지적에 대해 23일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응대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 오늘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제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문득 다음 법구경 문구가 떠올려졌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 不傾), 즉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위기 극복 및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며 “관련해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 ‘재정적자 최소 대한민국. 홍남기 부총리님의 소감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지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재정수지 적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사실을 언급하며 홍 부총리에게 “뿌듯하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경제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보셔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어려운 국민들의 삶을 돌보지 않아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이야 어찌됐든 곳간만 잘 지켜 국가재정에 기여했다 자만한다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밝혔다. 또 “전시에 재정 아낀다고 부상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국가는 영구장애에 대한 더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며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부디 고성장시대의 고정관념을 버리시고, 재정정책에도 융복합적 사고를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곳간을 지키는 것만이 재정정책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은 무엇인지 똑똑히 살펴봐달라”며 “경제부총리 자리는 곳간지킴이가 아니라 경제정책 설계자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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