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꼴찌' 금천구의 반란…독산 롯데캐슬 84㎡ 12억 돌파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0.12.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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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

서울 집값 하위권에 맴돌던 금천구의 반란이 시작됐다. 금천구청 복합개발, 신안산선 착공 등 각종 호재로 인해 집값이 점점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최고가 아파트는 전용 84㎡가 12억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전세난으로 인해 중저가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으다는 뜻으로 각종 수단을 동원해 집을 사려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집값 '최하위'지만…상승률은 평균 이상
'집값 꼴찌' 금천구의 반란…독산 롯데캐슬 84㎡ 12억 돌파


26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금천구의 11월 아파트 단위면적(㎡)당 평균 매매가(공급면적 기준)는 626만원이다. 도봉구와 중랑구 다음으로 낮다.

단위면적당 평균매매가가 가장 높은 강남구는 1805만원이다.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살 돈으로 금천구 아파트 세 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단위면적당 평균매매가가 말해주듯 금천구는 그동안 실수요자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교통이 상대적으로 나쁘고 주거환경도 좋지 못한 탓이다. 경기 광명시와 안양시와 마주하고 있는 금천구는 서울 서남부 가장 외곽에 자리해 있으면서도 지하철은 3개뿐이다.

구 중심부에는 준공업지대와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고 다세대주택이 이들을 애워싸고 있었다. 서울시 내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소방서가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2021년 7월 완공 예정)


그러던 금천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친 것은 옛 육군 도하부대가 이전하면서다. 군부대 부지에 4400여 세대 규모의 대규모 주거복합단지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들어서면서 서남권의 신흥 주거지로 떠올랐다.

인근의 노후화된 금천구청을 새로 짓고 금천경찰서와 금천보건소도 한자리에 모아 복합행정업무타운을 조성하면서 과거의 낙후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2016년 강남순환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여의도와 강남으로 향하는 교통 접근성도 좋아졌다. 여기에 신안산선 개통 호재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377만원이었던 금천구의 단위면적당 평균매매가는 올해 11월 626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3년간 아파트 매매가가 66% 오른 셈이다.

상승률로 보면 서울시내 25개 구 가운데 13위에 해당한다.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인 60.6%보다 높다. 3년간 상승률이 가장 낮은 강남구(42.6%)와 비교하면 약 23%포인트(p) 넘게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은 낮은데 수익률은 강남이나 서울 평균보다 좋다는 의미다. 최근 금천구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금천구 1등 아파트는 롯데캐슬 골드파크…12월 '12억원' 신고가 경신
'집값 꼴찌' 금천구의 반란…독산 롯데캐슬 84㎡ 12억 돌파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롯데캐슬 골드파크1차 전용면적 84㎡의 매매가는 지난해말 9억원 밑을 유지하다가 올해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올해 12월 1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1차와 붙어있는 롯데캐슬 골드파크 2차와 3차 아파트 역시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호가로는 13~14억원까지 올랐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천구의 전체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곳이 롯데캐슬 골드파크라면 금천구의 최근 매매 거래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시흥동의 벽산5단지다.

지난달 금천구는 구로구와 강남구에 이어 서울에서 세번째로 매매거래가 많이 이뤄진 지역이었다. 그 중에서도 벽산5단지의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2004년에 지어져 총 2810세대로 이뤄진 벽산5단지의 평균 매매가는 5억원대다. 올초 4억원대에 거래되다 지난 9월 6억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는 다시 5억원대 초중반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인근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을 찾아온 사람들"이라며 "벽산5단지는 상대적으로 고지대에 위치해 입지가 좋은편이 아닌데도 실수요자들의 거래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세 9억원 초과 아파트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기존 40%에서 20%로 줄이고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의 LTV 인정비율을 0%로 낮췄다.

반면 9억원 미만 아파트는 40%를 그대로 유지했다. 또 공시가격도 9억원 미만은 시세변동분만 반영했다. 9억원 미만의 아파트가 대거 포진해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금천구의 아파트들이 나름의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시흥동의 남서울힐스테이트도 올해 들어 매매가가 1억원 이상 올랐지만 9억원은 넘지 않고 있다. 2014년에 지어져 총 1764세대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지난 1월 7억 초반대에서 거래됐지만 6월부터 매매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 10월 8억97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이후에 상승세는 지속되지 않았고 11월에 8억2300만원, 8억7000만원 등 9억원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금천구 앞으로도 오를까
금천구청(사진 좌측) 맞은 편(사진 우측)에 대형종합병원과 아파트 설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김민우 기자금천구청(사진 좌측) 맞은 편(사진 우측)에 대형종합병원과 아파트 설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김민우 기자
금천구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일부는 이미 신안산선 등의 호재는 반영될 만큼 반영됐다고 전망한다.

독산동 롯데캐슬 내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금천구는 서울 서남부 가장 외곽에 위치해 있어 독자적인 호재로 집값이 오르기보다는 인근 영등포 신길동이나 구로구 신도림동이 금천구 집값까지 견인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안산선 등의 호재는 이미 반영될 만큼 반영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흥대로를 기준으로 동북부 지역은 여전히 노후화된 다세대 주택이 즐비해 있어 이곳이 정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추가적인 정비사업이 지속되고 있어 금천구가 향후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800병상 이상의 대형종합병원이다. 대한전선이 있던 땅 2만여㎡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18층의 병원이 2023년 개원을 목표로 금천구청 앞에 들어설 예정이다.

또 금천구청역이 복합역사로 개발되고 독산동의 옛 공군부대 부지는 주거시설과 함께 IT기업 등이 입주하는 사이언스파크가 들어선다.

독산동 C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각종 정비사업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금천구는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향후 집값 상승을 바라는 실수요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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