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세된 스팩 시장…따상 대신 미리 상한가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12.2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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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국내 증시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인기가 뜨겁다. 스팩 시장은 IPO(기업공개)시장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다 11월부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말 증시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알짜 종목과 합병 계획을 밝힌 스팩에 자금이 쏠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말 대세된 스팩 시장…따상 대신 미리 상한가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신밸런스제6호스팩 (5,550원 0.00%)은 이날 오전 중 12.66% 뛴 1만2900원까지 올라 연중고점을 기록한 뒤 13.80% 떨어진 987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데 따른 차익 실현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밸런스제6호스팩은 원료의약품 전문 제조사인 ‘국전약품’과 합병일(12월30)을 앞두고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합병이 승인된 직후인 지난 9월4일 종가(3045원) 대비 이날까지 상승률이 224%에다. 상장 전이지만 이미 공모주 따상(시초가 더블+상한가, 160%)을 뛰어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교보8호스팩 (1,797원 ▼2 -0.11%)도 ‘원바이오젠’과 합병을 앞두고 급등세다. 원바이오젠은 습윤드레싱제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의료용 바이오 소재 기업이다. 교보8호스팩은 12월 들어 본격 올라 이날까지 74% 뛰었다. 거래 재개일인 10월16일(2220원)에 주식을 샀다면 이날(4270원) 기준 약 2배 수익이다.

신한제5호스팩 (588원 ▼13 -2.16%)도 글로벌 의류 제조기업인 엠에프엠코리아 합병(12월30일)을 앞두고 이달 23% 올랐다. DB금융스팩7호도 코퍼스코리아 상장일(12월28일)이 다가오면서 이달 31% 올랐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첫날, 청약을 위해 고객들이 삼성증권 마포지점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삼성증권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첫날, 청약을 위해 고객들이 삼성증권 마포지점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삼성증권
스팩 상장, 빠르고 안정적·투자자 접근성 높아
올해 스팩은 공모주에 밀려 주목을 덜 받았다. 직상장은 상장 전 기관 수요예측, 일반 청약 등을 거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한다. 종목 인기에 따라 공모자금 규모, 공모가, 상장 후 주가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반면 스팩은 ‘껍데기’ 회사가 먼저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 상태에서 합병 대상을 찾는다. 공모 규모가 정해져 있고 홍보 효과도 덜하다. 그러나 미국에선 올해 공모 시장의 절반 가량을 스팩 상장이 차지할 정도로 대세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니콜라, 드래프트킹스, 버진갤럭틱 등이 스팩 상장사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현대그룹 알짜 계열사 ‘현대무벡스’가 스팩행을 택하면서 스팩 상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대무벡스는 SI(시스템통합) 회사 현대유엔아이가 물류 자동화 회사 현대무벡스를 흡수합병해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회사로 코로나19(COVID-19) 속 성장 기대감이 크다. 현대무벡스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상장하기 위해 스팩 상장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스팩은 경쟁률이 1000대 1에 달하는 공모주 대비 접근성이 뛰어나다. 증시 활황 수혜를 서둘러 누리고 싶거나 안정적 자금 조달을 원하는 기업들도 스팩행을 택한다.

연말 대세된 스팩 시장…따상 대신 미리 상한가
올해 스팩 상장사 17개 될듯…3년래 최대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1월1~12월22일) 스팩 상장사는 총 12개사로, 2018년 이후 최대다.

연말 오하임아이엔티(12월24일), 코퍼스코리아(12월28일), 티에스트릴리온(12월30일), 국전약품(12월30일), 엠에프엠코리아(12월30일) 5개사도 합병을 앞두고 있다. 올해만 스팩 상장사가 총 17개사다. 올해 합병심사를 통과해 내년 초 상장을 앞둔 기업도 아셈스, 원바이오젠, 현대무벡스 등 3개사다.

다만 상장 후에도 주가가 양호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스팩 상장사 12곳 중 상장일 종가보다 주가가 낮은 상장사가 7곳이다. 레이크머티리얼즈 (21,700원 ▼400 -1.81%)(180%), 나인테크 (2,820원 ▼5 -0.18%)(154%), 지엔원에너지 (2,050원 ▼105 -4.87%)(50%), 네온테크 (3,015원 ▼5 -0.17%)(23%)만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였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체로 합병 승인후부터 합병 전까지 투자하는 방법이 가장 관심을 받지만, 스팩합병 후 이듬해 3월 합병상장비용 반영으로 일시적 적자를 기록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기업들도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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