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쿡방'데뷔 "요리 최고의 꽃이 뭔줄 알아?"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12.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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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쿡방'데뷔 "요리 최고의 꽃이 뭔줄 알아?"


"경기도에선 육개장을 이렇게 먹었어요. 양지머리 국물을 내서 국물을 따로 두고, 고기 삶은건 양념해서 따로 무쳐놓고요. 필요한 만큼 자기가 섞어서 먹는 육개장. 선대회장님(고 최종현 회장)은 특히 이걸 수원식 육개장이라고 부르셨어요. 역사가 있는 음식이니 30년 안팎 근무한 분들께 해드리려고 준비해봤어요."

영락없는 '쿡방(요리방송) 유튜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1일 유튜버로 데뷔했다. 그간 본인이 출연한 영상을 사내방송(GBS)에 올린적은 있었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한건 처음이다. 베레모와 앞치마 차림으로 직접 요리를 해 직원들에게 대접했다. '행복정담, SK와 인생' 편이다.

"제가 유학가서 자취생활을 꽤 했는데, 해먹고싶은건 스스로 해먹어야 하니 조금씩 (요리가) 늘었어요. 그날의 재료와 분위기에 따라 잘 연구해보면 괜찮은 요리가 나오죠. 요리 최고의 꽃은 뭔줄 알아? 빨리 안주는거에요. 냄새만 맡게 하고. 배가 고파야 뭐든지 맛있어요."



SK하이닉스 입사 2년차 김상휘 TL(기술사무직원)을 조수로 불러 농담을 주고받으며 칼질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비닐장갑을 끼고 채썬 고기를 능숙하게 무친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식사하는 손님들의 자리는 간격을 멀찍이 띄웠다. 음식을 제공하는 최회장과 김 TL은 투명 마스크를 썼다.

최태원 '쿡방'데뷔 "요리 최고의 꽃이 뭔줄 알아?"
이날의 주인공 SK그룹 전현직 직원 5명이 들어섰다. 5명 근속기간만 합쳐 150년. 사원식당을 책임지는 협력사 팀장을 더해 6인의 손님을 모시고 방송이 시작됐다. "최태원 키친에 오신걸 환영한다"며 맞이한 최 회장은 "입사 선배이신 여러분들에게 어떤 SK가 녹여져 있는지 듣고싶었다"고 말했다.



'선주후탕'이었다. 수원식 육개장을 내놓기에 앞서 소주병을 딴 최 회장이 정중하게 직원들의 잔을 채웠다. 전채 격인 두부요리와 수육을 내놓자 직원들이 "좀 짜다"거나 "고기가 쫀득하고 맛있다"며 솔직한 평을 내놨다. 최 회장이 "수육만 드시지 말고 술도 좀 같이 드셔보시라"고 권했다. 술은 시중에 판매되는 '초록병' 소주였다.

사내방송 당시 화제가 됐던 김정용 전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35년4개월 근무)은 최 회장이 자필로 쓴 편지를 들고나왔다. 최 회장이 "울산에서 소주병을 기울이며 회사와 가족을 위해 얘기해보자"고 제안한 편지다. 추억을 되새긴 두 사람이 소주잔을 비웠다.

29년 근속한 SKT 조은하 팀리더는 36명짜리 팀에 유일한 여성이다. 35명 팀원은 모두 남성이다. 그는 "젠더를 떠나 얘기를 들어주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내 메시지를 잘못 이해한것도 소통하다보면 생각외로 잘 풀어지더라"고 말했다. 최 회장도 "작년에 행복토크를 100회 해봤는데, 얘기를 쭉 잘 들어주면 상당수 문제는 스스로 다 풀어버리는 것 같더라"고 답했다.
최태원 '쿡방'데뷔 "요리 최고의 꽃이 뭔줄 알아?"
"어떻게 키워야 아이를 잘 키웠다고 할 수 있을까요."(입사 24년차 워킹맘 박귀정 SK E&S 과장)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키웠어요. 어리더라도 아이가 선택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자기가 선택했다는걸 계속 자각하게 하는거죠. 학교 진학이나 유학이나, 이과다 문과다 하는것도 자기가 선택하게 하고 딱 둘이서 그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나중에도 자기가 독립적으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더라고요. 지금은 너무 독립적이라 말을 잘 안듣긴 하는데."(최 회장)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쿡방엔 대본이 없었다. 듣기 힘들었던 육아 철학 등 개인사까지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지론인 행복론은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1998년 회장 취임 당시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는 회사로 변신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SK가) 새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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