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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C 보톡스 판결로 본 '배터리 소송'의 시나리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12.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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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C 보톡스 판결로 본 '배터리 소송'의 시나리오




한국 메디톡스 대 대웅제약이 벌인 '보톡스 소송'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최종 판결을 받은 가운데 한국 '배터리 소송'에도 이 판결이 어떤 실마리가 될 지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소송은 ITC 최종 판결이 3차례나 연기돼 내년 2월 10일로 늦춰졌는데 보톡스 소송에 대한 ITC 최종 판결이 배터리 소송의 최종 판결 그 이후를 가늠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종 판결 못 내놓는 ITC 고민, '코로나' 이유만은 아닐 수도
미국 ITC는 지난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 위반을 이유로 미국 내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 소송도 예비 판결이 지난 6월에서 7월로 미뤄짐에 따라 최종 판결이 10월에서 11월 6일로 한 차례 미뤄졌고, 이후 다시 두 차례 더 연기돼 12월16일이 최종 판결일이 됐다. ITC가 총 세 차례나 최종 판결을 연기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탓에 업계에선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연기 등 다양한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는 상황인데도 세 차례 연기 후인 12월16일에는 ITC가 최종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볼 때 배터리 소송도 ITC 최종 판결이 멀지 않았음을 예측해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사숙고의 여지가 많아 판결일이 미뤄진 것일 뿐, ITC 심사위원들의 결론만 모아지면 최종 판결은 나올 수 있다"며 "이미 세 차례의 연기가 ITC로선 마지막 기한을 다 쓴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이 끝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이 내년 2월 ITC가 배터리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단 세 차례의 연장 기간이 처음에는 3주였지만 이후 6주→8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ITC 위원들이 그만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2월10일 이후로 다시 판결이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예비판결도 바뀐다?…이전과 다른 최종판결 가능성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판결에선 단연 눈에 띈 점은 최종 판결이 예비 판결 내용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ITC가 대웅제약에 대해 내린 수입금지 기간이 '10년'에서 '21개월'로 줄었다.

이는 ITC 위원회의 재검토 결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인 제조공정 기술을 침해한 것은 맞지만 균주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서로 '이겼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비춰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도 LG에너지솔루션이 예비판결에서 이겼다고 자신했던 내용이 최종 판결에선 일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해 2월 내려진 예비판결은 '증거 삭제'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이 파울 패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사실관계 심리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ITC가 최종 판결을 내리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ITC 5명 위원 중 단 1명이라도 예비 판결의 재검토에 찬성하면 재검토 절차에 착수하는데 배터리 소송에선 5명 모두가 찬성해 재검토가 이뤄졌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최종 판결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톡스 소송은 두 건의 영업비밀 각각에 대한 침해 여부를 다퉜지만 배터리 소송은 광범위한 영업비밀 탈취를 다뤘고, 예비판결에서 구체적 제재가 없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악의적 증거인멸 행위가 인정됐기 때문에 지난 2월 조기 패소 예비판결이 내려졌던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 없인 내상 깊어지는 장기전 불가피…미국이 먼저 나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ITC 소송전은 2019년 시작해 소송 2년 차에 최종 판결이 나왔다. 한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시점(2016년)까지 포함하면 양사의 법적 갈등을 빚은 지 5년 만이다. 그러나 양사는 ITC 최종 판결에 불복, 연방법원에 항소한다는 의사를 밝혀 또 다른 장기 소송이 불가피하다.

내년이면 3년째에 접어드는 배터리 소송도 ITC 판결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양사 모두 이에 불만을 품고 연방법원에 항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양사가 소송비용으로 수 천 억원을 쓴 상황에서 앞으로 항소 이후 소송비는 '조 단위'로 불어날 수 있다. 국내 기업 간의 오랜 소송이 금전적·시간적 기회비용만 천문학적으로 늘려 결국 양사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미국 정치권이 양사 화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눈길을 끈다.


버디카터 조지아주 하원의원, 샌포드 비숍 조지아주 하원의원, 척 플라이쉬먼 테네시주 하원의원 등 3명은 이달 양사에 합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조지아주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이 있고 테네시주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폭스바겐 공장이 있다.

이들 의원은 2025년부터 배터리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어느 쪽이든 부정적 판결을 받는다면, 미국 지역 경제나 국가 차원의 공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양사 화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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