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내가 이겼다"는 보톡스 전쟁, 국내업계로 불똥 조짐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0.1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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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내가 이겼다"는 보톡스 전쟁, 국내업계로 불똥 조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 (129,300원 ▼2,900 -2.19%)대웅제약 (110,500원 ▼1,100 -0.99%)이 벌이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전쟁’에 대해 최종판결을 내렸지만 서로 ‘이겼다’며 해석이 엇갈려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양측의 국내 소송절차도 진행 중인 가운데 질병관리청은 국내 보톡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균주 출처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곪아 터진 균주도용 논란이 국내 보톡스 업계 전체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인다.



ITC 최종판결 전문 공개되면 승자 윤곽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ITC 최종 판결과 관련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반면 대웅제약은 도용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ITC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7월 ITC 행정판사가 예비판결에서 명령한 ‘10년간 수입금지’보다 크게 완화됐다. 예비판결에선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고 봤지만 최종판결에선 제조공정만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ITC의 최종판결을 놓고 양측의 해석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은 핵심 쟁점인 균주도용 문제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는 “ITC 최종 판결에서 대웅제약의 균주도용 혐의가 입증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배상 청구와 도용한 균주 및 기술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균주 도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균주를 도용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것이 예비판결 내용이었고 이번 최종판결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TC 최종판결에서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가 없다는 사실도 명백히 확인됐다”며 “균주 부분을 제외한 제조공정 도용에 대해서도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사실을 미국 연방법원 항소와 국내 소송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공방은 70여쪽에 달하는 ITC 최종판결 전문이 공개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판결 근거가 담긴 전문이 공개되면 승자의 윤곽이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만약 ITC가 균주도용을 인정했을 경우 대웅제약은 균주 출처 문제로 미국은 물론 국내와 다른 해외영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 국내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로 위기에 처한 메디톡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균주도용 논란 종지부 찍는다…질병청 전수조사 실시
질병청이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전수조사도 보톡스 전쟁의 중대 변수다. 질병청은 이달 초 보툴리눔 균주를 보유한 업체 19곳과 공공기관·대학 4~5곳 등 총 20여곳에 균주 보유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공문을 보냈다.

균주도용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기본적인 균주 정보를 갖고 있으나 특성 분석이 얼마나 됐는지, 일탈 행위는 없었는지 상세히 파악하고자 한다. 위법 발견 시 고발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ITC 판결로 대웅제약의 균주 출처가 그동안 주장해온 용인의 토양이 아닌 도용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질병청 전수조사를 통해 검찰 고발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수조사는 다른 업체로도 후폭풍이 확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균주 출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신청 자료 중 하나”라며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다른 업체 보톡스 제품들도 허가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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