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몰려드는 글로벌 '공룡' 콘텐츠 플랫폼, 왜 하필 한국에?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12.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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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이어 음원 스트리밍 스포티파이 내년 국내 진출…토종 OTT·이통사·음원플랫폼, 대응 방안 '고심'

한국 몰려드는 글로벌 '공룡' 콘텐츠 플랫폼, 왜 하필 한국에?


마블과 픽사, 폭스 등 막강한 IP(지식재산권)를 무기로 한 디즈니의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세계 최대 음원플랫폼 ‘스포티파이’도 지난주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다. ‘공룡’ 콘텐츠 플랫폼들이 아시아를 차기 핵심시장으로 겨냥하면서 한국이 이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스포티파이·디즈니+ 한국 상륙 임박
/사진=로이터,뉴스1/사진=로이터,뉴스1
6000만곡 넘는 트랙과 40억개 이상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한 스포티파이는 내년 상반기 한국에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이용자들이 스포티파이로 전세계 음악가의 곡을 접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국내 창작물도 전세계 3억2000만명 넘는 스포티파이 이용자와 만나는 길이 열린 셈이다. 같은 해 국내에 진출할 예정인 디즈니플러스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30여개국에 서비스하며 가입자 수는 8680만명에 이른다. ‘아이언맨’ ‘어벤져스’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스타워즈 시리즈’ 등 다양한 IP를 독점 공급하며 국내 시장에 먼저 다가선 넷플릭스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K콘텐츠’ 장전, 아시아시장 정조준
킹덤2 / 사진제공=넷플릭스 제공킹덤2 / 사진제공=넷플릭스 제공


한국 시장이 이들 플랫폼기업의 핵심 전략지로 부상한 것은 ‘K콘텐츠’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 따른다.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 시장은 규모 자체로는 큰 매력이 없지만 K콘텐츠를 앞세워 아시아 전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 실제로 이미 국내에서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 중인 넷플릭스는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넷플릭스는 2015년 이후 한국 콘텐츠를 위한 파트너십과 공동제작으로 7억달러(약 7954억8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다. 지난 9월에는 넷플릭스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K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목적에서다. 기대한 투자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제작을 지원한 ‘사랑의 불시착’ ‘킹덤’ 등이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수개월 동안 인기 상위권에 머문 것. 넷플릭스에 따르면 3분기 신규 유료가입자 유치를 통한 전체 순이익의 46%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디즈니플러스 등 후발 경쟁업체가 진출하면서 국내외 CP(콘텐츠 제공업자)들의 새로운 콘텐츠 수급이 더욱 중요해진 데다 아·태지역 공략이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스포티파이도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의 활약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한국 음악시장에 주목했다. 스포티파이 측은 “전세계 음악시장 중 한국 규모는 6위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전세계 수백만 아티스트에게는 창작활동을 영위할 기회를, 수십억 명의 팬에게는 이를 즐기고 영감을 얻을 계기를 제공하고자 하는 스포티파이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한국은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밝혔다. 스포티파이는 이미 2014년부터 K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이는 등 K팝 음원 이용권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K팝은 전세계 스포티파이 이용자에 의해 1800억분 이상 재생됐다. 또 1억2000만개 이상 플레이리스트에 K팝이 추가됐고 K팝 이용자 청취비중은 20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뉴스1) = 방탄소년단(BTS)이 12일 오후 온택트로 진행된 '2020 더팩트 뮤직 어워즈(THE FACT MUSIC AWARDS, TMA)'에 참석해 대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더팩트 뮤직 어워즈 제공) 2020.12.12/뉴스1(서울=뉴스1) = 방탄소년단(BTS)이 12일 오후 온택트로 진행된 '2020 더팩트 뮤직 어워즈(THE FACT MUSIC AWARDS, TMA)'에 참석해 대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더팩트 뮤직 어워즈 제공) 2020.12.12/뉴스1

고민 깊어지는 토종 OTT·이통사·음원플랫폼
자금력이 풍부한 거대 플랫폼기업들의 잇단 한국 진출로 업계 경쟁양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를테면 현재 국내 OTT시장은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토종 OTT ‘웨이브’ ‘왓챠’ ‘티빙’ ‘시즌’ 등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그러잖아도 자금과 규모 면에서 넷플릭스에 밀리는 상황에서 막강한 IP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추가로 합류하면 국내 OTT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이동통신사간 치열한 유치전도 예상된다. 디즈니플러스는 ‘겨울왕국’ ‘토이스토리’ ‘알라딘’ 등 유료방송 가입자를 늘리는데 유리한 ‘키즈 콘텐츠’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 중 현재 넷플릭스와 서비스 제휴를 맺은 곳은 KT와 LG유플러스 2곳이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 계열의 웨이브와 연합해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는다. 이번 디즈니플러스의 진출이 SK브로드밴드의 기존 콘텐츠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내 음원시장은 현재 멜론·지니뮤직·플로 등 국내 음원플랫폼이 장악했다. 일부에선 한번 유료결제한 음원플랫폼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한국 이용자들의 특성 탓에 스포티파이가 이들의 자리를 위협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시장에서 음원유통뿐 아니라 K팝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해외 유통과 연계한 사업 등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음원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유통모델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위기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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