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오 상명대 교수(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 /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지난 16일 전화통화를 통해 만난 그는 “역사학자보다는 사회과학자들이 책임자로 일해왔던 공간을 역사전문가로서 관장을 처음 맡게 됐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 왔다”고 3년여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루한 역사를 배우는 곳'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접하는 '재미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역사(문화) 콘텐츠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고 자신이 재직하는 대학의 과 명칭을 사학과에서 역사콘텐츠학과로 거듭나게 하는 작업도 주도한바 있다.
후임 관장이 이어주고 다른 박물관에도 널리 확대됐으면 하는 사업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서슴없이 ‘다 함께 대박’ 프로그램을 거론했다. 관람객이 찾아올때까지 기다리는 공간이 아닌 모셔오는 박물관을 목표로 교통편을 제공해 지방이나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박물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
또 외국인 객원 해설사 제도를 통해 한국말과 역사지식 등을 바탕으로 각국 출신 한국 체류자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한국 역사를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기반도 마련했다. 실제로 영어, 중국어, 일어 등에 편중돼 프랑스어, 독일어로도 쉽지 않았던 관람 안내를 몽골,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넓히는데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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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물관의 미래와 관련해 "역사학계 통설과 중론에 바탕을 두는 박물관, 정부의 박물관이 아닌 국가의 박물관이어야 한다"며 직원들과 정부가 바뀌어도 뿌리가 굳건하게 지켜지는 박물관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일각에서 6.25 관련 전시와 국가관 등을 문제삼기도 했지만 그는 최대한 각계 각층의 공감을 얻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논쟁이 치열한 현대사의 여러 사건에 대해 전시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지만 역사학계나 지역사회 등의 공감대가 먼저라며 재고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계획을 묻자 주 교수는 “1987년에 전임 교수가 돼 박물관장 3년을 포함해 33년간 강의를 해 왔다”며 학교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몇권의 책을 묶어내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소개하는 그는 “지식이 혼자만의 것이 아닌 사회적 결과물이라고 본다”며 “저술활동과 강연을 통한 지식의 나눔에 계속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