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가 더 오른다? 시장이 기대하는 3가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12.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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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실적 개선+미래 사업+지배구조 개편…증권가 기대↑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현대차 (249,500원 ▲4,500 +1.84%)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봇 회사를 인수하더니 계열사 간 합병과 사업 개편 등 연이어 이슈를 쏟아낸다.

시장에서도 이슈를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던 현대차 주가는 이후 빠른 실적 반등과 다양한 신사업 추진 발표로 최근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내년 이후 실적 개선 가능성과 미래 사업의 가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등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차화정'의 영광…2021년 실적 개선으로 재현
현대차 주가 더 오른다? 시장이 기대하는 3가지


현대차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시장을 주도하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급격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인한 빠른 경기 회복과 적극적인 세계 시장 진출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지금도 베스트셀러 카로 꼽히는 YF쏘나타, 아반떼MD, 그랜저HG, 투싼ix 등의 신차 출시 효과도 현대차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008년 3조원이던 영업이익은 2009년 5조6000억원으로 급증했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3년 연속 8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2009년 초 4만원대였던 주가도 2012년5월 최고 27만원 이상까지 오르며 약 7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차회정 시대 이후 현대차의 실적과 주가는 줄곧 내리막이었다. 유럽 재정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중 무역갈등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세계 경제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현대차의 실적이 글로벌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와 해외 판매 비중은 22.6%, 77.4%로 해외가 훨씬 더 높다. 지역별로도 미(21.3%) 서유럽(11.8%) 중국(11.6%) 인도(10.5%) 동유럽(6%) 등에서 고르게 매출을 올린다.

최근 증권가에서 현대차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이유는 이처럼 현대차 실적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글로벌 경기가 내년 이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서다.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양적완화로 글로벌 경기는 내년 이후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상당하다.

코로나와 관련해 현대차 실적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판매량 증가다. 최근 야외 활동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차 안에서 캠핌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이 크게 인기를 끌었고 이것이 SUV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SUV 판매 비중은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20~30%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팰리세이드 등 SUV 신차 출시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판매량이 늘면서 올해 3분기 비중은 45.5%까지 확대됐다.

SUV는 동급 배기량의 세단 대비 판매단가가 높다는 점에서 실적에 크게 기여한다. 실제로 현대차의 대당 평균 판매가는 기존 2800만~2900만원 수준에서 올해는 평균 3000만원 이상으로 올라왔다.

올해 GV80, GV70, 올 뉴 투싼, 더 뉴 싼타페 등 신형 SUV를 연이어 출시했고, 내년에도 신형 SUV 출시가 예고됐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 기대감은 더 커진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내년 글로벌 판매량(중국 제외)은 주요 지역의 수요 반등과 점유율 개선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16% 늘어난 362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153% 증가한 7조262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주목 받는 미래 사업…"시총 100조원 될 수도"
현대차 주가 더 오른다? 시장이 기대하는 3가지
시장이 또 하나 현대차에 기대하는 것은 미래 사업 전략이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친환경차뿐 아니라 자율주행,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 산업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친환경차는 이제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세계 각국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부터 유럽에서는 연간 판매 차량의 평균 CO2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해당 완성차 업체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PA컨설팅에 따르면 이 정책으로 인해 폭스바겐, 포드, 크라이슬러 같은 기업은 3조~6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벌금을 물수도 있다.

벌금을 안내려면 내연기관 판매를 줄이고 친환경차 판매를 늘려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이 부각되는데, 테슬라에 가려져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올해 3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은 5.6%로 전체 3위까지 올랐다.

얼마 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18분 고속충전 △500km 이상 장거리 주행 △넓은 내부 공간 △다양한 안전장치 보강 등으로 전기차의 성능이 한층 향상된다.

현대차는 E-GMP를 활용해 2025년까지 12종 이상의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고, 연간 56만대씩 판매할 계획이다. 2040년에는 글로벌 점유율 최대 1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자율주행도 기대 요소다. 현대차는 부분적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레벨3 수준의 차량을 2022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이 상용화하면 수익성도 개선될 여지가 크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능은 개발에 드는 비용이 크지만 한 번 개발되면 이후 차량에 탑재하는데 추가되는 비용은 거의 없다. 그런데 자율주행 차량은 일반 차량 대비 고가 판매가 가능해 수익성은 한층 높아진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그룹 내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3사를 합병한다고 발표한 것도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또 다른 미래 산업 분야는 UAM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UAM 생태계 시장은 매년 30%씩 성장해 2040년에는 약 1조5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차는 2026년 첫 UAM 모델을 출시하고 2028년에는 완전 자동화 UAM 모델을 시장에 내놓겠단 계획이다.

로보틱스 부문은 최근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하며 크게 이슈가 됐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백 덤블링하는 휴머노이드'와 실제 개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로봇개' 개발로 유명한 업체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로 물류와 공장 자동화 부문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응용해 자율주행에도 적용하면 한층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등 현대차의 신사업 부문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기업가치도 총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향후 전기차·수소차·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가치를 SOTP(사업별 합산 방식)로 산출했을 경우 현대차 주가는 37만~49만원 수준까지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심…핵심은 현대차 주가
또 하나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것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엘리엇 등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지금은 여건이 달라졌다. 당시 강하게 반대했던 엘리엇이 현대차 지분을 모두 팔고 떠났고, 현대차 주가 상승과 실적 개선 등으로 주주들 분위기도 한층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개편 시나리오가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2018년 제기했던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다. 이를 위해선 기아차 등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모두 사들여야 한다.

유력한 재원 마련 방법은 정 회장 부자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 핵심 키는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다. 가장 평가 금액이 높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위한 정 회장 부자의 재원 마련은 용이해지고, 지배구조 개편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주주친화 정책이나 적극적인 IR(기업홍보)활동으로 주가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은 미래차 경쟁력 등 핵심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개편을 통해 얼마나 본업이 성장이 촉진되고 주주환원이 자연스레 커질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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