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이어 인도·일본도…다시 불붙은 '문 레이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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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의 속풀이 과학]

1969년 7월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은 올드린과 함께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 찍었다. © AFP=뉴스11969년 7월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은 올드린과 함께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 찍었다. © AFP=뉴스1


전 세계가 코로나19(COVID-19)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우주 개발 각축전은 이전보다 더 치열한 양상이다. 지난 17일 새벽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달 표면의 흙과 암석을 싣고 지구로 귀환했다. 중국이 달 샘플을 직접 채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구 소련의 ‘루나 24’(1976년) 로봇 탐사 이후 44년 만이다.

[스쯔왕=신화/뉴시스]17일(현지시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스쩌왕에 창어-5호 탐사선 캡슐이 귀환해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달에서 채집한 표본을 싣고 지구로 귀환했다. 창어 5호는 지난 11월24일 중국 하이난성 우주발사기지에서 발사됐다. 2020.12.17.[스쯔왕=신화/뉴시스]17일(현지시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스쩌왕에 창어-5호 탐사선 캡슐이 귀환해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달에서 채집한 표본을 싣고 지구로 귀환했다. 창어 5호는 지난 11월24일 중국 하이난성 우주발사기지에서 발사됐다. 2020.12.17.


달과 인류의 첫 인연은 1969년 7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아간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겼다.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총 6번을 다녀왔다. 그러곤 50여 년 간 달을 찾는 우주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을 비롯해 미국도 달 착륙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한편, 인도와 일본 등 우주 신흥국들도 잇달아 달 진출 출사표를 던지는 등 다시금 달 탐사 경쟁이 불붙고 있다. 왜 일까?

달을 향한 ‘뉴(NEW) 레이스’ 향연 펼쳐진다
거의 반 세기 만에 추진되고 있는 달 탐사 레이스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한 건 중국이다. 중국은 2007년 창어1호를 통해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한 뒤 창어2호(2010년), 창어3호(2013년)를 잇달아 발사했고, 지난해 1월 창어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켰다. 고도의 항공우주기술력을 갖춘 미국도, 러시아도 못했던 일을 먼저 이뤄낸 것이다. 달 앞면엔 성조기가, 뒷면엔 중국의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상징적 사건이 연출됐다.



중국 최초로 달 표면의 샘플을 채취한 무인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6일 달 궤도에서 궤도선·귀환선과 성공적으로 도킹했다고 중국 국가항천(航天)국이 사진을 공개했다/사진=AFP_뉴스1중국 최초로 달 표면의 샘플을 채취한 무인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6일 달 궤도에서 궤도선·귀환선과 성공적으로 도킹했다고 중국 국가항천(航天)국이 사진을 공개했다/사진=AFP_뉴스1
이어 지난달 24일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한 두 번째 사건이 있었다. 지구를 떠났던 ‘창어 5호’는 달 표면에 깊이 2m의 구멍을 뚫어 인류가 가져온 온 토양·암석 샘플 중 가장 많은 양(2kg)을 싣고 17일 새벽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의 초원지대인 쓰쩌왕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 구소련에 이어 3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여기서 그칠 태세가 아니다. 중국은 오는 2025년 달의 남극에 과학연구기지를 건설하고, 2030년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유인 달 기지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 목표는 오직 하나다 “미국을 넘어선다.”

인도 달탐사선 찬드라얀 2호  © 뉴스1인도 달탐사선 찬드라얀 2호 © 뉴스1

2008년 달에 물·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에 이어 인도도 11년 만에 달 레이스에 다시 합류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도는 작년 7월 22일 자국의 2번째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발사했다. 이는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착륙선(비크람)은 달 남극 부근에서 교신이 끊어지면서 ‘우주 미아’가 됐다. 인도는 조만간 찬드라얀 3호기로 설욕전에 나선다. 애초 발사는 올해 이뤄질 계획이었지만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 성공하면 인도는 미국·러시아·중국에 이어 달 표면에 우주선을 안착시킨 4번째 나라가 된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탄소질 소행성 류구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사진=JAXA.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탄소질 소행성 류구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사진=JAXA.
근래 소행성 ‘류구’의 흙을 캡슐에 담아 지구로 가져온 일본도 달 레이스 출발 선상에 올랐다. SLIM이라는 달 착륙선을 2022년에 발사할 예정이다. 유인 달 착륙선은 2029년을 목표로 한창 개발 중이다. 옛 명성 회복에 나선 러시아도 2029년 달 궤도 비행을 시도한 뒤 바로 다음 해에 유인 달 착륙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에 큰 자극을 받은 미국은 더 대담한 달 착륙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2017년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재개 계획을 발표한다. 이름하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을 뜻한다. 이렇게 지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초로 ‘여성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부터 총 12명의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냈지만 여성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우주정거장도 짓는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행보를 의식해서인지 애초 2028년이던 목표를 4년 앞당긴 2024년으로 수정했다.

대다수 국가의 달을 향한 대장정의 종착점은 기지 건설로 귀결된다. 단순히 깃발을 꽂기 위함이 아니라 아예 머무르기 위해 가는 것이다. 제임스 브라이든스틴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 국장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이번엔 단지 발자국과 깃발을 남기려 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달에) 머물기 위해 간다.” 화성을 비롯해 더 먼 우주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를 건설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의 설명이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 무거운 우주선을 띄우기에 유리하다. 이 뿐 아니라 지표면에는 핵융합 발전을 위한 ‘헬륨3’와 같은 자원이 풍부하다. 항우연 관계자는 “달에서 우주로 물건을 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지구의 24분의 1 수준”이라며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달에 먼저 정착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설명했다.

스타쉽/사진=스페이스X스타쉽/사진=스페이스X
미국은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꾸고 있다. 지난 6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우주선 ‘리질리언스’를 타고 간 4명의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해 6개월간의 임무를 시작했다. 스페이스X는 나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우주여행이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스페이스X가 화성 이주를 목표로 개발 중인 유인우주선 ‘스타십’의 새 시제품(SN8)이 지난 9일 고도 12.5km 상공 비행에 처음 성공하면서 ‘인류 우주여행’의 꿈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스타십은 달·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유인 왕복선. 길이는 50m, 지름은 9m의 중형 발사체로 150톤(t)의 탑재체를 실어 비행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짧고 강렬한 한 줄의 메시지를 남겼다. “화성, 우리가 간다.” 머지않아 우주여행 초대장을 받는 SF(공상과학) 영화 같은 날이 찾아 올지 모른다.

스페이스X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곤'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프롤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 AFP=뉴스1스페이스X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곤'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프롤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 AFP=뉴스1
관중석 신세 韓…아직 낙담하긴 이르다
각국의 달 레이스를 관중석에서 봐야 하는 우리의 심사는 그리 편치가 않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린 아직 태양계 탐사 위성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한 위성을 보면 저·정지궤도에 있는 실용위성이나 지구 관측용 위성이 대부분이다.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자료사진=항우연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자료사진=항우연
발사체 개발 수준도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 일본의 대형 로켓 발사 성공률은 98%에 이른다. 현재 국내 기술진의 손으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개발 중이나 엔진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발사만 성공했을 뿐, 공식 발사는 2021년 이후 혹은 개발 진척도에 따라 뒤로 더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심우주지상국 안테나 상량식(지난 11일, 경기도 여주시)/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심우주지상국 안테나 상량식(지난 11일, 경기도 여주시)/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많이 늦었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우리도 달을 향한 첫걸음은 내디딘 상태다. 항우연에 따르면 달궤도선(KPLO)이 오는 2022년 달로 향할 예정이다. KPLO는 태양과 지구 등 주변 천체 중력을 활용해 달 궤도에 접근하는 달 궤도 전이방식(WSB)을 이용해 달로 향하게 된다. 또 지난 11일 ‘심우주 안테나’ 개발을 위한 지름 35m짜리 안테나 반사판이 경기도 여주시 여주위성센터에 설치됐다. 지구로부터 38만4400km 떨어진 달의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과 통신한다. 심우주 안테나로 통신하는 지상국은 2022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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