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배우가 '50만 구독자' 고양이 유튜버가 된 사연 [머투맨]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지성 기자, 김소영 기자 2020.1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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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터뷰│'Arirang(아리랑)은 고양이들 내가 주인' 운영자 배우 남기형씨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대학로 연극배우가 '50만 구독자' 고양이 유튜버가 된 사연 [머투맨]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창가에 앉은 나른한 고양이의 모습은 '펫튜브'(Pet+Youtube)의 정수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의 고민을 잊게 만든다. 그런데 갑자기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비명 '악~ 아아악~!'.

구독자 57만명에 달하는 고양이 채널 'Arirang(아리랑)은 고양이들 내가 주인'에서는 펫튜브 공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덩치 큰 30대 남성 집사는 영상 내내 고양이 아리와 리랑이에게 물리고, 캣휠(고양이 전용 런닝머신)을 돌리다 지쳐 쓰러진다. 다른 펫튜브 채널이 고양이와의 다정한 연애를 그린 '로맨스'라면 이 채널은 '시트콤'에 가깝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채널의 주인은 연극배우로 활동 중인 남기형씨(31)다. 남씨는 초창기 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앙칼진 비명의 주인공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끈질긴 요구에 채널 운영 3년이 지나서야 얼굴을 공개했다.

수북한 턱수염에 '큰 고양이'라는 애칭을 얻은 남씨는 유튜브와 배우라는 이중생활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유튜버라는 이름이 어색하다는 남씨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진행됐다.



재미로 올리던 고양이 영상이 50만 채널로…정체성은 배우 쪽에
/사진='Arirang(아리랑)은 고양이들 내가 주인' 유튜브 채널/사진='Arirang(아리랑)은 고양이들 내가 주인' 유튜브 채널
-유튜브를 비교적 이른 2015년부터 시작했다. 계기가 궁금하다.

▶당시에는 유튜버라는 단어도 없었다. 그냥 아리를 인터넷에 올리고 싶었다. 아리가 그때도 저를 많이 물었는데, 그런 모습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조회 수 10만회를 넘기기도 했다. 영상을 하나하나 올리다가 이렇게 오게 된 거다. 처음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2년 정도 지나기까지는 본격적으로 해봐야 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배우 활동과 유튜브, 어떤 곳에 더 정체성을 두고 있나?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유튜브를 한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부끄럽기도 하고 유튜브는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전히 유튜버라는 정체성이 와닿지 않는다. 어디 가서도 항상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를 한다. 그러다가 유튜브를 한다는 것을 들키는 경우가 많다. 구독자가 50만명이 넘는다고 하면 많이들 놀라신다.

-구독자 40만명까지는 출연하지 않다가, 갑자기 얼굴을 공개한 이유는?

▶여전히 제 정체성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사실 좀 무서웠다. 얼굴을 드러내고 하면 인터넷 방송인으로 알려지지 않을까, 배우로서는 무명이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고착되면 본업에 영향이 갈까 봐 자제했다. 그런데 시대가 빨리 변하면서, 본업이 있는 사람도 유튜버를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도 사람들이 이분화해서 받아들이겠구나 생각해서 공개하게 됐다.

우연히 키우게 된 고양이, 삶에 여유있어야 동물과 사람 모두 행복해
/사진='Arirang(아리랑)은 고양이들 내가 주인' 유튜브 채널/사진='Arirang(아리랑)은 고양이들 내가 주인' 유튜브 채널
-고양이는 어떻게 하다가 키우게 됐나.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는데,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고양이를 키워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오해로 밝혀졌지만 예전에는 고양이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 연극을 하면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서 고양이를 생각한거다. 어느날 문득 혼자 살게 됐고, 새벽에 '고양이 입양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 바로 데려왔다. 아리가 집에 오고 나서야 고양이 물품을 사러 갈 정도로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고양이에 물리거나, 장난이 거친 부분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어떤 분들에게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각자의 육묘법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수의사도 거친 장난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아리가 화나면 물지 않고, 오히려 도망가거나 거리를 둔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대부분 물리는 경험을 하는데, 자연스러운 모습이 노출되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쉽게 버려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문제도 있다. 입양 고민 중인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여전히 구조되고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다. 반려동물과 주인이 동시에 함께 행복해지려면 준비가 많이 돼야 한다. 3가지 여유가 있을 때 입양을 결정하라고 말을 한다. 공간, 시간, 돈이 있어야 한다. 내 공간을 쓰고도 많이 남을 때, 돈을 쓰고도 남을 때, 시간도 여유 있을 때 해야 서로가 행복하다.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든 맞춰서 키우겠다 하면 서로가 불행해질 수 있다.

연습이 좋아 빠지게 된 연극, 경계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파
/사진=김소영 기자/사진=김소영 기자
-'남과바다'라는 서브채널도 벌써 5만명이 구독하고 있다.
▶그 채널에서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만들었다. 그래서 좀 게으르게 하게 되는 것 같아 죄송하다. 유튜버로서의 모습이 아닌 배우로서 올리고 싶은 영상이 있을 때 활동한다. 사실 유튜브 성공이 배우의 커리어에는 큰 영향이 없다. 고마운 부분은 생겼다.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이 공연을 많이 보러 와주시기도 한다. 반대로 공연을 보러 왔다가 유튜브 활동을 알아봐 주시는 분도 계신다. 두 활동이 연계되면서 힘을 얻는 것 같다.

-배우의 꿈은 어떻게 갖게 됐나?
▶초등학교 6학년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때 학교에 단체 학예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연극을 했다. 까불거리는 모습을 눈여겨본 선생님이 연극을 추천해줬다. 근데 연극 연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학교에 아이들이 다 빠져나가고 연극팀만 남아서 연습을 하는 게 뭔가 특별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 기억이 너무 좋았다. 여전히 연습이 좋아서 연극을 한다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경계가 없는 배우다. 어떤 역을 맡아도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수익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궁금증이 있을 것 같다.
▶구독자와 수익은 관련이 없기 때문에 조회 수에 따라 매달 다르다. 평균적으로는 주변에 알아보니 중소기업 사원정도 수준이라고 하더라. 영상을 자주 올리지도 않고, 길게 만들지도 않아 생각보다 많은 수익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너무 감사하다. 더더욱 배우란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머투맨 구독자와 머니투데이 독자를 위해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을 추천해달라.
▶첫 번째는 김명철 수의사가 운영하는 '미야옹철' 채널이다. 육묘에 관한 정보가 정말 많이 올라오는 채널이다.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이 잘 확인했으면 좋겠다. 고양이랑 의사소통이 된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파악하신다. 좋은 정보를 많이 얻어가시면 좋겠다. 또 유튜브를 음악 들을 때 많이 쓴다. 'Mahogany' 채널은 유명 뮤지션의 음악을 어쿠스틱 연주해 듣기가 좋다. 마호가니가 악기를 만들때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라고 하더라. 마지막으로는 '1분과학' 채널이다. 고등학교 때 문과여서 오히려 지금 과학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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