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안방 넘보는 스포티파이, 멜론·지니 잡을까?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12.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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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로고 /사진=로이터·뉴스1스포티파이 로고 /사진=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가 내년 상반기 한국 서비스 개시를 18일 공식화하면서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스포티파이가 '음원 플랫폼 공룡'으로서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과, 토종 플랫폼에 밀려 도태된 애플뮤직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공존한다.

'K-POP' 본고장 한국 시장 공들인 스포티파이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스포티파이는 6000만곡 이상의 트랙과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하고 전세계 3억2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가히 글로벌 최대 음원스트리핑 업체라 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월 일찌감치 한국 법인을 세우며 한국 시장을 노크해 왔다. 스포티파이코리아는 최근까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음원 유통사 등과 음원 확보를 위한 저작권료 등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초 연내 서비스 개시도 전망됐지만 음원 이용료 협상에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려면 음원 이용료 협의가 필수적인데 음원 가격에 대한 이견이 이어지며 서비스 개시가 늦어진 것이다. 앞서 외산 플랫폼 애플뮤직도 서비스 개시 후 국내 음원 유통사들과 대립하며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던 전례가 있어 꼼꼼한 음원 이용료 협상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포티파이로서는 전세계 음악 스트리밍 분야 6위 시장인 한국을 전략적 요충지로 본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글로벌하게 인기 있는 K팝(K-pop) 음원의 본고장인 데다 역으로 '듣는 귀'가 풍부해진 한국 이용자들에게 전세계 아티스트의 음원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2014년 이미 K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이는 등 세계 시장에 서비스할 K팝 음원 이용권을 확보해 왔다. 스포티파이에서 K팝을 듣는 이용자 비중은 2014년 대비 2000% 이상 증가한 데다 1억2000만 개 이상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돼 있다고 스포티파이는 설명했다.


스포티파이의 한국 시장 진출이 K팝의 글로벌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K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들은 러시아, 인도, 브라질, 중동 등을 포함해 전 세계 64개국에 현지화돼있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어 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으로 빌보드 싱글 음원차트 핫100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미 전세계가 한국어 음악에 익숙해진 만큼 글로벌 시장에 더욱 다양한 K팝 아티스트들이 스며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6000만곡 음원DB·스포티파이 특유 '큐레이션'…한국에선
음악감상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음악감상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반면 한국내에 스포티파이의 영향력이 얼마나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스포티파이의 거대한 규모와 스포티파이가 시초라 할 수 있는 음원 큐레이션(추천) 때문에 한국 시장이 압도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지만 한국 음원 서비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감안하면 쉽지않다는 반응도 나오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AI(인공지능)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접목한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 기반 음원 큐레이션을 매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원 큐레이션은 이용자들마다의 이용패턴과 취향에 맞는 곡을 골라준다는 점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한국 음원 플랫폼들의 차트 기반 서비스에 피로감을 호소했던 한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스포티파이의 이같은 큐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음원 플랫폼들이 한 때 '음원 사재기'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차트 기반 서비스가 많이 개편됐지만 스포티파이에 대한 이용자들 기대감이 큰 이유다.

반면 유료 결제 기반인 음원 플랫폼 특성상 스포티파이가 이미 시장을 장악한 멜론·지니뮤직 등의 자리를 위협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상당하다. '2019 음악산업백서'에서는 지난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표본 2358명 중 한 서비스를 3년 이상 이용한 비중이 33.3%, 1년 이상 3년 미만 이용한 비중이 27.7%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있다. 절반 이상의 이용자들이 한 번 유료 결제한 서비스 플랫폼을 꾸준히 이용하는 셈이다.

게다가 멜론·지니뮤직·플로(FLO) 등 국내 업체들도 최근에는 차트 기반 서비스를 개편하고 AI를 활용한 음원 큐레이션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어 스포티파이만의 차별점을 내세우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음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 수준이 높고 한국인 특유의 감성을 담은 음원 큐레이션을 국내 업체들도 이미 많이 시도하고 있다"며 "오히려 외산 플랫폼이자 후발 주자인 스포티파이가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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