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부터 할머니댁에 가서 밥 먹는 걸 좋아하더니 이제는 연신 "할머니 요리가 최고"라고 한다. 된장찌개, 불고기, 생선구이, 전, 나물에 김치까지 할머니 반찬은 다 맛있다는 아들. 7살 때부터 2년간 해외 생활을 하고 돌아온 이후로는 '증세'가 더 심해졌다. 할머니댁 갈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 가는 길은 점점 힘겨워진다. 코로나19로 지난 설날 이후 못 뵌지가 벌써 11개월 째다. 감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연로하신 어머니, 그것도 어린 아들과 함께 찾아뵙는 모험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밥의 또다른 이름은 자영업자들의 '생계'다. 우리 식탁의 주인공이 바뀌는 사이 식당 사장님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배달 영업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한 가게는 근근히 버텨내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식당들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도 배달 영업이 어려운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줄줄이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검사들의 일탈은 '검찰 개혁'에 올인한 여권에 안성맞춤 먹잇감이다.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안을 올리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비상식적인 수사결론으로 여전히 제식구감싸기를 한다"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또다시 강조했다.
검찰 개혁이 검찰 장악으로 변질되고 정치에 진영논리가 갈수록 강화되는 것도 결국은 정치인들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 결과다. 자신들의 지지 세력,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을 얘기하고, 당과 정권 실세들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야만 자신의 정치적인 '양명', 밥그릇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용기있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동료는 배신자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정치인들, 권력기관의 잘나가는 공무원들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사이 국민들의 밥그릇은 설자리를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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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그런데도 정치는 여전히 '추미애, 윤석열'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오매불망 손주를 기다리시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언제쯤 뵐 수 있을까. 따뜻한 '밥 한그릇'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