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바다’에 미래 있다…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카이스트에 500억 ‘쾌척’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2.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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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AI대학원 명칭 ‘김재철 AI대학원’으로 정하기로

“젊은 시절엔 세계의 푸른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데이터 바다에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겁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사재 500억 원을 대전 카이스트(KAIST)에 기부했다. KAIST는 16일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 정근모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서 김재철 명예회장이 앞으로 10년간 연차별 계획에 따라 사재 5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사진=KAIST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사진=KAIST


이날 오전 교내에서 신성철 KAIST 총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과 발전기금 약정식을 연 김재철 명예회장은 “작년 동원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경영일선에서 은퇴를 결심하면서 내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AI 분야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기부 동기를 밝혔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이 AI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출정식이 될 것”이라며 “과학영재들과 우수한 교수진들이 집결해있는 KAIST가 선두주자로서 우리나라 AI 개발 속도를 촉진하는 플래그십 역할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또 “위대한 잠재력을 가진 우리 국민이 국력을 모아 경쟁에 나서면 AI 선진국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AI 혁명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해 나라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AI 시대를 주도한다면 세계사에 빛날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정신을 몸소 실천하신 김재철 명예회장님께 경의를 표한다”면서 “김 명예회장님의 기부를 토대로 KAIST가 AI 인재 양성 및 연구의 세계적 허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동원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 명예회장은 평소 재임 당시에도 “AI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동원의 미래 50년은 AI로 승부 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김 명예회장은 작년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AI 인재 양성 및 기술 확보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산업이 작년 한양대에 30억 원을 기부해 국내 최초 AI 솔루션센터인 ‘한양 AI 솔루션센터’를 설립한 것도 김 명예회장의 AI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 때문이다. 이 같은 김 명예회장의 관심 속에 동원그룹은 지난해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전 계열사에 로봇 프로세스자동화(RPA) 프로젝트를 도입했으며, 올해엔 KT가 주도하고 있는 AI 기술 산학연 협의체인 AI원팀(AI One Team)에 합류하는 등 AI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KAIST는 김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AI대학원 명칭을 ‘김재철 AI대학원’으로 정하기로 했다. KAIST AI대학원은 지난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대학원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같은 해 8월 문을 열었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춘 교수진을 단계적으로 확충, 오는 2030년까지 전임교원 수를 총 4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KAIST AI 대학원은 현재 구글, IBM 왓슨,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IT기업의 AI 연구소 출신 전임교수 13명과 겸임교수 8명 등 총 21명의 교수진을 구성하고, 석사과정 79명, 석박사 통합과정 17명, 박사과정 42명 등 총 138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아울러 KAIST는 우수 교수진 및 인재 확보를 위해 현재 대전 본원에 있는 AI대학원을 내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서울 홍릉 캠퍼스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김 명예회장은 원양어선 말단 선원부터 시작해 지금의 동원그룹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학구열은 남달랐다. 김 명예회장은 부산수산대학(1958년)을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1969년), 서울대 AMP(최고경영자과정, 1978년), 미국 하버드대 AMP(1981년) 등을 밟으며 미국 경영방식인 매니지먼트시스템을 익혔고, 일본 기업의 경영전략을 연구했다.

동원산업 창립 10주년인 1979년 사재를 출자해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해 본격적인 장학사업도 시작했다. 40년 간 총 420억 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약 8000명의 학생들에게 지급했다. 김 명예회장은 한국수산회 회장과 원양어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9년부터 8년간 한국무역협회장, 2007년 여수엑스포 유치위원장을 맡았다. 1991년 금탄산업훈장을 수훈한 데 이어 여수엑스포 유치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한편, KAIST는 올해 들어서만 100억 원 이상의 고액 기부가 3건이나 이뤄지는 겹경사를 맞았다. 김 명예회장을 포함해 지난 1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동문 최고 금액인 100억 원을, 7월에는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676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 KAIST 발전재단의 발전기금 모금 현황에 따르면 최근 26년간(1994~2020년) 기부 누적금액은 3618억 원, 누적건수는 11만964건에 달한다.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인 고 류근철 박사(578억원)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515억원), 김병호 전 서전농업 회장(350억원) 등의 기부자들이 고액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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