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오른쪽 부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2.14/뉴스1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은 26분16초. 필리버스터에 나선 21명의 의원 중 발언 시간이 가장 짧았다. 본인의 의도가 아니었다. 앞선 차례였던 이재정 민주당 의원의 발언시간이 길어지면서 주 원내대표는 자칫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할 뻔했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이 협상력을 발휘해 주 원내대표에게 기회를 줬다.
지난 13일 밤부터 시작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태 의원은 날을 넘기며 10시간2분 동안 무제한토론을 이어갔다. 이어 송영길 민주당 의원(4시간4분),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4시간34분) 순서로 단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 의원의 발언시간이 점차 길어졌다. 마음이 급해진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박 의장을 찾아왔다. 그는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을 2~3시간 보장해달라고 했다. 박 의장은 "여야 교섭단체 협의를 했냐"고 물었다. 교섭단체 협의는 없었다.
박 의장은 이 의원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전제로 주 원내대표의 발언시간을 15~30분 정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에 30분 정도의 발언시간을 보장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원칙이 무너진다"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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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발언을 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투표 전 발언기회를 얻었다. 2020.12.14/뉴스1
박 의장이 이 의원의 필리버스터 동안 양당의 원내대표를 호출한 횟수만 3번이었다. 최종 결론은 주 원내대표의 30분 발언시간 보장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상의해 확답을 받았다. 주 원내대표도 발언시간을 30분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장은 긴박하게 흘러갔던 당시 상황에서 "야당에게도 마무리할 기회는 주는 게 맞지 않냐"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장의 중재가 아니었다면 양당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뻔도 했다.
그렇게 주 원내대표가 발언대에 섰다. 그는 "야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에 발언시간 30분을 얻는 데 이렇게 힘들어서야 필리버스터를 할지 말지 참으로 참담스럽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약속한대로 30분을 넘기지 않고 발언대에서 내려왔다.
곧바로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 표결이 이뤄졌고, 찬성 187표로 필리버스터 정국은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