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인수전 '3파전'으로 치러진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김태현 기자, 방윤영 기자 2020.12.14 16:53
글자크기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사진제공=한진중공업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사진제공=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 인수전이 '3파전'으로 치러진다. KDB산업은행(이한 산은)의 구조조정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인베)-케이스톤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예비입찰 당시 각각 인수의향을 밝혔다가 본입찰에는 손을 잡고 참전한 한국토지신탁과 NH PE(프라이빗에쿼티)-오퍼스 PE 연합군이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14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세종법무법인이 이날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KDB인베-케이스톤투자파트너스, 한국토지신탁-NH PE-오퍼스 PE, SM상선 컨소시엄 등 3곳이 투자의향을 밝혔다.

매각 대상은 산은 등 채권단이 보유한 한진중공업 보통주 5282만9905주(63.44%)와 태그얼롱(Tag along·동반매도청구권)을 보유한 리잘은행 등 필리핀 금융기관이 소유한 지분 166만4044주(20.01)%다.



예비입찰 때 각각 인수의향을 밝혔던 한국토지신탁과 NH PE-오퍼스 PE의 의기투합(동부건설 컨소시엄)이 눈에 띈다. 계열사인 동부건설과 한진중공업 건설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인수를 추진 중인 한국토지신탁은 독자적으로는 인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원매자들을 상대로 태핑(수요조사)을 한 뒤 NH PE-오퍼스 PE와 함께 인수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신탁-PE 연합이 단숨에 유력 인수후보자로 떠올랐다.

유력 경쟁자는 KDB인베-케이스톤투자파트너스다. KDB인베는 그간 대우건설에 이어 한진중공업을 포트폴리오에 넣기를 희망했을 정도로 매수 의지를 드러내 왔다. 영도조선소 등 향후 개발 가치가 높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인수를 통해 KDB인베가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과의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사모펀드가 주요 원매자로 나선 것을 두고 부정적인 여론이 가시지 않는다. 인수 후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통한 이익 창출보다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위치한 부산 영도 땅의 개발가치만 보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장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는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기면 안 된다고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뛰어 든 SM그룹을 다크호스로 꼽는다. SM그룹은 '영도조선소에서 조선사업을 지속할 생각'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인수를 위한 자금력 등에서는 사모펀드에 뒤지지만 부산 지역 여론이 우군이라는 평가다.

산은 관계자는 "거래의 공정한 절차 진행을 위해 최종입찰제안서 평가는 외부자문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주주협의회는 외부자문사의 평가 결과에 근거해 다음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 조선업황 부진으로 산은 등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약정(MOU)을 맺었다. 그러나 적자가 이어지고 지난해 초 해외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기존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지분을 모두 소각하고, 대출금을 한진중공업 주식으로 전환했다. 조선과 건설 부문에서 고르게 실적이 개선돼 지난해에는 약 7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