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잘 버틴 현대오일뱅크, 내년에는 실적 '퀀텀점프' 노린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12.1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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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잘 버틴 현대오일뱅크, 내년에는 실적 '퀀텀점프' 노린다


올해 코로나19(COVID-19)로 정유업계가 유난히 고전한 가운데 현대오일뱅크의 흑자경영이 눈길을 끈다. 수익성 높은 생산설비의 경쟁력을 앞세워 현대오일뱅크는 다른 업체들이 분기에만 수천억원대 적자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흑자 기조는 이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오일뱅크의 '진짜' 실적은 내년에 더 돋보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연간 5000억원대 영업이익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되는 새로운 생산설비가 내년에 본격 가동하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4분기에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다. 국내 다른 정유사들이 수 천 억원대 영업손실을 보이던 지난 2분기와 3분기에도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32억원, 352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 최고 수준 '고도화율'로 코로나 불황 견뎌=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이 같은 흑자 기조에도 불구, 올해 연간으로는 40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보일 전망이다. 그만큼 유가 급락과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1분기 적자 충격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연간 4000억원 수준의 적자폭은 정유업계에선 상대적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이다. 정유업계 다른 업체들은 올해 조단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당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 설비 덕분에 다른 업체보다 불황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고도화 설비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뒤 이를 휘발유나 경유 등 고가의 경질유로 바꾸는 장치다. 저가 원료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1989년 업계 최초로 고도화 설비를 도입한 현대오일뱅크의 설비 고도화 비율은 현재 41% 수준으로 아직 23~39% 수준인 타 업체들보다 한결 높다.


화학 등 비정유 부문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한 것도 코로나 불황을 견디는 데 한 몫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연결 재무제표 집계에서 제외되는 현대코스모(방향족 석유화학 사업)와 현대쉘베이스오일(윤활기유 사업) 등의 실적을 더하면 비정유 사업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신규설비 효과도 가세…'퀀텀점프' 기대=현대오일뱅크는 특히 내년부터는 '퀀텀점프'(비약적인 실적개선)도 기대된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자회사 현대케미칼이 올레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설비를 이르면 내년 4분기 중에 가동할 수 있어서다.

투자금액만 2조7000억원이 투입된 이 설비는 원재료 가격 변동에 맞춰 나프타는 물론 탈황중질유, LPG 등으로도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기존 NCC(나프타분해시설)보다 훨씬 좋다는 평이다. 업계에선 이 설비 가동이 궤도권에 오르면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 연말이면 실제로 이 같은 'HPC 효과'가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현대오일뱅크가 62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 세계적 코로나 회복 속도가 빠르다면 현대오일뱅크의 실적 성장도 더 가파를 수 있다"며 "내년에는 대규모 설비 정기보수도 없을 것으로 보여 V자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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