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온다…SK하이닉스 고공행진의 이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12.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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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서버 디램 교체, DDR5, 엣지 컴퓨팅 등…반도체 호황 기대감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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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온다…SK하이닉스 고공행진의 이유


연일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 중인 국내 증시에서 가장 '핫'한 업종은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는 국내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종목임에도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중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2017~2018년 반도체 주가를 끌어올렸던 '슈퍼 사이클'이 내년부터 다시 돌아올 거란 기대감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보다 반도체 비중이 더 높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본다. 최근 주가 급등에도 증권사들은 이보더 더 높은 목표주가는 연일 제시하는 중이다.



반도체 사이클따라 오르내르는 주가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는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경기에도 영향을 받지만 주요 IT 기업들의 투자 시기나 장비 교체 주기, 새로운 IT 기기의 등장 등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보통 3~4년에 한번씩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반복된다.

SK하이닉스의 매출 구성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다. 비메모리로 카메라 이미지 센서인 CIS를 생산하긴 하지만 아직 매출 비중은 미미하다. 전체 매출의 약 70%가 디램이고, 25%가 낸드 플래시다. 메모리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매출 구조다.



2016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역대급으로 상승하는 소위 슈퍼 사이클이 시작된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 여기에 바탕을 둔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데이터 서버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영향이 컸다.

이때부터 2년 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급증했고 자연스럽게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도 급등한다. 2018년 매출액은 40조4451억원으로 2016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20조8438억원으로 3배 이상 급등했다. 주가 역시 2016년5월부터 2018년5월까지 약 3.6배 올랐다.

하지만 서버 투자가 어느정도 끝나고나니 메모리 수요는 확 줄었다. 이에 반해 공급은 여전히 유지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가격은 내려가는 침체 사이클이 시작됐다.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슈퍼 사이클'을 기대하는 이유
주가가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다시 오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최근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다시 상승 사이클이 시작될 거란 기대감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몇 가지 근거를 가지고 슈퍼 사이클을 예상한다. 우선은 '시기상 상승 사이클이 올 때가 됐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사이클은 보통 3~4년 주기로 돌아오니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던 2017년에서 4년이 지난 2021년에는 이 사이클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물론 근거는 있다. 슈퍼 사이클의 시작이었던 서버 디램은 대략 4년 정도 지나면 교체를 해줘야 성능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2017년 구축한 데이터 서버는 올해나 내년에는 새 디램으로 교체할 시기라는 얘기다.

원래는 올해부터 서버 투자가 다시 이뤄졌어야 했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IT 기업들도 서버 투자를 다소 늦췄다. 그래서 내년에는 올해 미뤄졌던 투자에 신규 투자까지 겹쳐지면서 서버 수요는 다시 확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전세계적인 5G(5세대 이동 통신) 본격화로 서버 수요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초고화질 영화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감상하고, 고사양 게임을 클라우드 게임으로 즐기려면 이에 맞는 서버 구축도 필수적이다.

슈퍼 사이클을 예상하는 두 번째 이유는 디램의 5세대 모델인 DDR5가 올해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디램은 세대가 발전함에 따라 DDR3, DDR4 등으로 이름을 붙인데. 최근 개발된 DDR5는 DDR4보다 전송속도가 최대 1.8배 빠르다. 풀HD급 고화질 영화 11편을 1초만에 전송할 수 있는 속도다.

DDR5는 서버 교체 주기에 맞춰 수요가 같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버용 CPU 시장은 인텔이 90% 이상 독점하고 있는데, 인텔은 내년 하반기쯤 새로운 서버용 CPU인 사파이어 래피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CPU는 디램으로 DDR5를 지원한다. 글로벌 IT 업체들이 인텔의 신상 CPU에 맞춰 서버를 교체한다면 디램도 여기에 맞게 더 빠른 DDR5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이유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보완하는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 기술의 도입이다. 이는 클라우드와 서비스 이용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중간 서버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중간 규모의 서버를 여러개 만들어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5G의 속도를 현실에서 온전하게 구현하려면 엣지 컴퓨팅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MEC 구축으로 메모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출시된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의 열풍은 슈퍼 사이클을 예상하는 네번째 이유로 꼽힌다.

특히 낸드에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PS의 경우 이전 기종인 PS4까지만 해도 저장장치로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가 사용됐는데, PS5부터는 이보다 빠른 SSD(솔리드 스테이드 드라이브)가 탑재된다. SSD의 주재료가 낸드다.

PS5에 탑재되는 SSD 용량은 800기가바이트 정도로 스마트폰보다 10배나 많다. PS5 한 대가 스마트폰 10대와 같은 낸드 수요을 일으키는 셈이다. 증권가 예상으로는 신규 게임기 출시가 전체 낸드 수요의 5%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예상치 못했던 마이크론 대만 공장의 정전이나 디램 생산 라인의 일부 비메모리 전환으로 내년 이후 디램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슈퍼 사이클을 뒷받침한다.

최근 여러 지표도 긍정적이다. 올해 11월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량은 전년 동기대비 16.4% 증가했다. 최근 5개월 연속 증가세인데 이는 2년 전 슈퍼 사이클 이후 처음이다. 디램 고정 가격의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현물 가격도 올해 최저점 대비 10% 이상 반등한 상태다.

낸드에 10조원 '베팅'…신용 전망은 '흐림'
SK하이닉스는 디램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지난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DDR5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2018년 개발에 성공해 여러 테스트를 거쳐 바로 양산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서버와 PC 등에서 DDR5 시장이 일찍 열린다면 가장 먼저 양산 체계를 갖춘 SK하이닉스에 보다 유리핟.

낸드 부문에서도 업계 최고층인 176단 개발에 최근 성공했다. 낸드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셀을 얼마나 많이 넣느냐가 관건인데, 이 셀 층을 많이 쌓으면서도 두께를 얼마나 얇게 만드느냐가 기술력이다. 이 적층 기술 역시 SK하이닉스가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낸드 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엄청난 베팅을 했다.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10조3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M&A(인수·합병)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SK하이닉스는 낸드 부문에서 점유율이 다소 뒤쳐졌지만 인텔의 낸드 부문을 인수하면 점유율은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선다.

물론 우려점은 있다. 가뜩이나 지금 낸드 시장의 출혈 경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한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이나 현금흐름 등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 신용등급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스테이블'에서 '네거티브'로 하향 조정했다. 인수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와 낸드 시장의 경쟁 심화가 주요 이유였다.

목표가 줄줄이 상향…최고 16만원 제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권가의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보면 2021~2022년 영업이익이 슈퍼 사이클이었던 2017~2018년보다 못하다. 그런데도 지금 주가는 그때보다 훨씬 더 높아진 상황이다.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2018년보다 높다는 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좀 부담스럽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산정할 때 PER(주가이익비율)이 아닌 PBR(주가순자산비율)를 사용한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예상 BPS(한 주당 순자산)은 약 8만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역대 PBR 범위 상단인 1.8~2배를 적용하면 적정주가는 14만원 이상 될 것으로 본다. 하나금융투자는 가장 높은 16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PBR는 2배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전세계 공급망에서 부족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제품가격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디램뿐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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