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사재까지 털었다…현대차 '로봇개' 기술 어디에 쓸까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주명호 기자 2020.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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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개·휴머노이드 품은 현대차 '이동 혁신' 새 길 닦는다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2020.1.7/뉴스1(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2020.1.7/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본격 인수한다. 코로나19(COVID-19) 등 여파로 고공성장을 거듭하는 로봇시장 진출을 통해 미래사업 경쟁력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11일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배 지분을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을 갖게 되며 나머지는 20%는 소프트뱅크그룹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정의선 의지 "이동의 자유 새 길 제시"=인수는 이번 계약 체결을 비롯해 한국, 미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뿐만 아니라 정의선 회장도 직접 참여했다. 지분 구성은 정 회장이 20%를 가지며 현대차가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다.



이처럼 정 회장이 직접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향후 로봇사업 사업과 관련해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글로벌 로봇시장은 기술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인해 급성장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달러(약 26조7050억원)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올해 444억원(약 48조4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2%에 달한다.


실제로 토요타를 비롯해 닛산, 혼다,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나, 콘티넨탈, 보쉬 등 부품업체 등은 물류 자동화 전문 기업, 인공지능 및 로봇 업체 인수 및 공동연구 등을 통해 로봇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해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연평균 성장률은 2025년까지 32%까지 높아지고 시장 규모는 1772억달러(약 193조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2족보행 로봇 아틀라스/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2족보행 로봇 아틀라스/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물류·서비스로봇으로 시작,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양산형을 개발해 일부 시장에 시범 공급한 상태다. 올해 6월부터 본격 판매에 나선 만큼 향후 국내외 각종 건설현장이나 제조공정에 서비스형 로봇으로 투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통해 혁신적인 시장 성장이 예측되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2족 보행이 가능하고 팔과 손을 이용해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환자 간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을 대체,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 역시 로봇 중심의 사업 역량 강화가 실현될 전망이다. 기존의 부품 제조 역량 및 물류 역량과의 시너지를 통해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 차원에서의 새 밸류체인 형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단계 더 나가면 인류 안전 및 공익에 기여하는 역할까지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위험성이 높은 건설 등 산업 현장이나 연구개발 단계, 구호활동이 필요한 험지 및 재난 현장 등 영역에 투입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서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 고객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명호 기자

'미래에 올인' 사재 털어 전한 정의선의 초강력 메시지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개인용 비행체 'S-A1'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CES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이자 세계 3대 IT 전시회 중 하나로 총 30여 개 분야, 160개국, 4500개 주요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2020.1.7/뉴스1(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개인용 비행체 'S-A1'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CES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이자 세계 3대 IT 전시회 중 하나로 총 30여 개 분야, 160개국, 4500개 주요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2020.1.7/뉴스1
쉴 줄 모르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 행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첫해 '로봇 빅딜'을 포함한 공격적인 혁신경영의 길을 내달리고 있다. 수천억원 사재를 털어 미래 로봇사업에 조단위 투자를 단행했다. IT(정보통신)-전장 계열사 재편에도 들어갔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엔 그룹 첫 글로벌 기술혁신센터의 첫 삽을 떴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수소경제 생태계 실증과 전기차 및 수소차 기술 투자계획도 구체화했다. 취임 후 두달여, 사실상 그룹 미래 성장동력의 대부분에 대한 새판 짜기에 들어간 것이다.

◇'로봇개' 기술 인수에 사재 2400억원 투입=정 회장은 11일 인수를 최종 결정한 미국 첨단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9500억원) 중 20%를 직접 매입한다. 현대차(30%)에 이어 정 회장이 2대주주다. 지분매입액만 2389억원이다. 그룹 총수가 사재를 투입해 대규모 M&A(인수합병)에 나선건 이례적인 일이다.

재계는 정 회장이 직접 지분을 매입한 것에 대해 "로봇 사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와 책임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로봇사업에 정 회장의 이름표를 달아놨다는 의미다.

이는 사업의 성과가 오너에게 직접 연결된다는 의미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R&D(연구개발) 중심 조직인 만큼 당분간은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돈을 벌면 정 회장이 배당을 받을수도 있는 구조다. 어쨌든 그룹 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때 로봇 관련 프로젝트를 앞단에 둘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 현대차 역량을 더해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에 로봇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밸류체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머릿속엔 이미 로봇 활용 계획이 서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갖고 "그룹 미래의 20%는 로보틱스 기술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었다.

로봇 자체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로봇택시, UAM을 활용한 드론 등 기존 사업영역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세균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에서 현대차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S-A1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정세균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에서 현대차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S-A1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차량용 반도체 모비스로, IT계열사 교통정리=이날 단행한 계열사 사업재편도 같은 맥락이다.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UAM 등을 첨단화 고도화 하는데 꼭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현대오트론에서 떼어내 최대 부품계열사 현대모비스로 통합시켰다. 현대모비스가 제어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연구개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 차량용 반도체를 떼어낸 현대오트론을 합병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출범시켰다. 3사 합병 후 소프트웨어 인력만 4000여명에 이른다.

여기도 정 회장의 이름표가 달렸다. 정 회장은 합병 전 기준으로 현대오토에버 지분 9.57%를 보유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와 계열사 재편으로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정 회장의 강한 의지로 추진중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고도화가 더해지면 핵심 동력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큰 축인 2차전지(배터리) 기술 역시 최근 수차례 독자적 R&D를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고도화한다. 현대차의 2025전략에 명시한 모빌리티 디바이스(탈것), 모빌리티 서비스, 수소연료전지 등 3대 축을 모두 한 번씩 다잡은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게 정 회장의 생각일 것"이라며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분야를 아우르는 의지"라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현대차그룹 차량용반도체 사업 모비스로 통합한다
올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공유컨셉 엠비전S를 관람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모비스올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공유컨셉 엠비전S를 관람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이 분산과 통합을 거쳐 온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현대모비스로 일원화하고 미래 반도체 기술 확보에 나선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 분야 기술 우위 선점을 위한 결단이다.

현대모비스는 1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현대오트론 반도체사업부 인수 안건을 승인했다. 이사회 승인 후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은 반도체사업부문의 개발인력과 관련자산에 대한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1332억원이다.

혁신을 거듭하고있는 미래모빌리티의 핵심은 고도의 정밀제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기술에 적합한 반도체와 제어기 통합형 시스템을 개발해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오트론 차량용 반도체부문 통합도 이 작업의 일환이다.

현대오트론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분산돼 있던 그룹 계열사들의 차량용 반도체사업을 통합 운영해 왔다. 이를 다시 현대모비스로 일원화하면서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전장 분야에서 차별화된 통합 제어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우선 반도체 설계 조직과 제어 시스템 개발 조직, SW 개발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제어기 사양 개발과 반도체 개발이 분산돼 진행되다 보니, 시스템에 최적화된 반도체 개발과 품질 검증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시스템 단위로 반도체와 제어기를 통합 개발한다. 반도체 설계와 제어 시스템 개발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연구개발 조직 간 긴밀한 협업을 강화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의 개발 역량을 강화한 후, 시스템 반도체, 전력 반도체,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전동화 등 미래차 분야로 갈수록 반도체의 성능이 제어기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이러한 환경에 맞는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기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에 반도체 개발 자체 역량까지 강화해 미래차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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