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X' 변호사의 죽음…머스크 실수냐 대리기사 실수냐

뉴스1 제공 2020.12.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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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벽 충돌·화재로 차주 숨져…"내연차였다면 경상 사고"
배터리 충격·탈출 힘든 문 구조 외 오토파일럿·급발진 가능성도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뉴스1(용산소방서 제공)© 뉴스1(용산소방서 제공)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테슬라 승용차 화재 사고로 차주인 국내 대형로펌 변호사가 숨졌다. 당시 차를 운전했던 대리기사는 차량이 제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전문가들은 차량 자체의 결함보다는 운전자의 조작 미숙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 평소 테슬라에 익숙하지 않은 대리기사가 다른 기능을 실수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 결과가 나오더라도 차량 결함이 인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좌측 부딪혔는데 우측에서 불…"리튬배터리에 충격"

11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9시43분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대리운전 기사 최모씨(59)가 몰던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 승용차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2층으로 진입하는 중 벽면과 충돌했는데 차에 불이 난 것이다.



용산소방서는 "테슬라 승용차가 주차장 벽면과 충돌하면서 차체변형 및 배터리 충격에 의해 배터리에서 착화 발화한 화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차의 좌측 전면이 벽과 부딪혔는데 불이 난 부분은 우측 전면이었다. 이 때문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인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윤모씨(60)가 결국 숨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었으면 경상에 그쳤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테슬라에 사용된 리튬이온배터리는 충격에 의해 외부 노출돼 수분과 접촉할 경우 무조건 폭발한다"며 "차량 파손 정도를 봤을 때 미미한 사고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였으면 경상으로 끝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관들이 테슬라X 차량의 불을 끄고 있다. © 뉴스1(용산소방서 제공)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관들이 테슬라X 차량의 불을 끄고 있다. © 뉴스1(용산소방서 제공)

◇'히든도어 손잡이' '걸윙 도어'가 구조 까다롭게 해


이번 화재가 일반 화재가 아니라 테슬라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난 특수한 화재라는 점과 테슬라의 '히든 도어 손잡이' '걸윙 도어' 같은 특수한 구조도 윤씨를 구하기 힘들었던 이유들이다.

다행히 소방은 화재의 특성을 바로 알아차렸고 신고 접수 13분 만에 특수 화재 진압에 쓰이는 화학차가 현장에 도착해, 도착 2분 만인 오후 9시59분쯤 불길을 어느 정도 잡았다. 하지만 불이 난 부분은 차량 겉면이 아니라 배터리 프레임 내부이기 때문에 불을 완전히 끄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완진은 오후 10시48분쯤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발화요인이 겉면이 아닌 깊은 내부에 있기 때문에 진압에 시간이 소요되고 차량이 전소되는 경우가 많다"며 "산에서 난 불을 끄는데 깊이 있는 낙엽에 불씨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윤씨도 현장 도착 19분 후에야 구조됐다. 테슬라 모델X는 문을 여는 손잡이가 없다. 일반 차량의 손잡이가 있는 지점을 누르면 전자식으로 열리지만 전력 공급이 끊기면 외부에서는 문을 열 수 없다.

게다가 문이 일반 차량처럼 옆면을 향해 열리는 게 아니라 갈매기 모양처럼 위를 향해 열리는 '걸윙 도어'라는 점도 구조를 어렵게 한 요인이었다. 일반 차량이었으면 문 옆에 장비를 넣어 강제로 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량은 힌지(접히는 부분)가 위에 있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차량 옆면에 장비를 넣어 강제 개방을 시도했지만 결국 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전면 유리를 깨부수고 윤씨를 구조했다.

소방은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인근 병원으로 윤씨를 이송했으나 병원에서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리기사 최씨는 흉통과 복통을 호소했고 불을 끄려고 시도했던 아파트 직원 김모씨(43)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불로 주차장과 부동산 벽면 및 전기설비 등과 윤씨의 테슬라X 롱레인지 차량, 총 1억5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첫 생산을 시작한 테슬라X 롱레인지는 기존 테슬라X보다 좀 더 긴 모양으로, 풀옵션 기준 1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대리기사 급발진 주장…전문가들 "다른 기능 건드렸을 수도"

최씨는 차량이 제어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테슬라 운전 조작에 미숙한 최씨가 운행 기능을 잘못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대리기사가 오토파일럿이나 다른 기능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테슬라의 기능이 일반 차와 다르기 때문에 운전자의 제어능력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내용은 당국이 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배우 손지창씨는 지난 2016년 자신이 소유하는 테슬라 모델X를 타고 자택에 주차하던 중 차량이 벽을 뚫고 거실로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손씨는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며 테슬라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테슬라 사고 중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조만간 최씨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 의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 화재시 접근요령에 대해서는 소방에서도 잘 교육하고 있다"면서도 "차량의 힌지와 문, 도어 트렁크가 다를 경우에는 제조사가 경찰과 소방당국에 관련 내용을 열심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차량 안전 규정상 시야 안에 속도계가 있어야 하는데 테슬라의 경우 운전자가 차량 가운데의 패널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규정 위반의 가능성도 있으나 정부의 단속이 신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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