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5수생' 유튜버가 코로나를 극복한 방법은?[머투맨]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이동우 기자, 조동휘 기자, 김소영 기자 2020.12.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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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터뷰│'고려대 5수생' 28만 크리에이터 '미미미누' 김민우씨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고려대 5수생' 유튜버가 코로나를 극복한 방법은?[머투맨]






"수험생들한테 진짜 유익한 영상. 무려 5수생이 해주는 수능 시뮬레이션"

다섯 번의 도전 끝에 2018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한 김민우씨(25)는 자신의 특이한 이력을 콘텐츠로 내세운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를 열었다. 그는 정보성 있는 교육 관련 콘텐츠에 특유의 개그 코드를 넣어 28만여 구독자를 모았다.



오랜 입시 덕분인지 김씨는 인터넷 강의 스타강사의 흡입력 있는 말투를 그대로 재연한다. 그의 말발이 고스란히 드러난 '교수님으로 빙의한 5수생의 대학발표' 영상은 그저 전공수업 발표임에도 3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말투가 메가스터디, 대성학원 다 합쳐놓음', '1타 강사 보는 듯' 등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공중파 뉴스에 등장했다. 그는 코로나19(COVID-19) 상황에 달라진 수능 시험장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며 수능이 처음인 이들에게 각종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또 올해 처음 도입된 수능 가림막과 관련해 수험생의 마음을 대변하는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영역을 동영상 방송 플랫폼 '트위치'로 넓혀 생방송 스트리머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씨 인터뷰 내내 방송에 열정을 보이며 "만약 '인터넷판 무한도전'이 나온다면 후보로 올라가고 싶다"고 야욕을 드러냈다. 김씨를 지난달 24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있는 미미미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학업과 방송 병행 "잠잘 시간도 부족해"
/사진=유튜브 '미미미누'/사진=유튜브 '미미미누'
-대학생활과 유튜브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요즘엔 방송을 거의 주 5일 한다. 10대 시청자가 많고 시청자들과 같이 노는 문화가 좋아서 '트위치'를 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고 넘어오는 분들이 많다. 학교는 지금 3학년 2학기다. 늦게 입학을 해서 계속 스트레이트로 다니고 있다. 지난 학기부터 전부 비대면 수업으로 하고 있는데, 제 입장에선 꿀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졸업하기 전에 연단에 더 서보고 싶다. 제가 그걸로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학업과 방송을 병행하다 보면 성적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4.5 만점으로 시작해 등락 없이 계속 떨어져 평점 4점 초반까지 왔다. 많이 힘들다. 방송하면서 거의 못 자고 하고 있다. 현역으로 왔으면 많이 놀고 했을 텐데 학교에 늦게 오다 보니 바쁘게 살았던 거 같다. 어머니한테 '대학 가면 내가 돈 벌고 살 테니 성적 터치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지만 터치하시더라. 어머니가 '수험생들이 (미미미누 채널) 많이 보는데 대학 가서 그러면 뭘 보고 배우겠니'라고 하셨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할 생각도 있나.

▶취업, 고시를 안 하고 싶어서 더 이쪽으로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업으로 강사를 생각한 것도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막상 업계에 들어가 보니 그렇지 않더라. 늘 불안하다. 지금은 돈도 벌고 인기도 있지만,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내가 구독자 100만명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내 카테고리로?'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런데 주변에 취직하는 친구들 보니 너무 힘들어 보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 그보단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능 가림막' 영상으로 각종 뉴스에 등장
/사진=유튜브 '미미미누'/사진=유튜브 '미미미누'
-최근 올린 수능 가림막 관련 영상이 뉴스에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됐다.

▶누구나 성수기가 있다. 예를 들면 '쇼미더머니가' 방송할 때 힙합 유튜버들이 리뷰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신기간이나 방학 때가 비수기라면 수능 때는 성수기다. 가림막 영상은 공중파 뉴스에도 나와 신기했다. 교육 카테고리지만 재미를 주고 싶다. 시청자들이 유익하다고 해줄수록 책임감이 생긴다. 스스로 많이 알아보고, 제가 다룰 수 없는 분야면 전문가를 모셔서 인터뷰하려고 한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한 '줌 독서실' 콘텐츠가 인기다. 어떻게 기획했나.

▶한 해 농사였다. '스터디 윗 미'(Study with me)라고 누군가 공부하는 걸 같이 보는 기존 콘텐츠가 있다. 이걸 한 번 꼬아서 '스터디 윗 어스'(Study with us), 줌으로 100명을 연결해 1시간 동안 풀영상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그게 잘 안 됐다. 아쉬워서 한 번 더 꼬기로 했다. 독서실 총무 연기를 더 해 관리를 했다. 그런데 100명이 다 공부를 안 하더라. 가면 쓰고 나오고, 춤을 추고. 지금은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도움받아서 성적이 올랐다는 후기도 올라온다. 100명 입장은 선착순이고 30초면 마감된다.

-수능, 인터넷강의 콘텐츠 외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콘텐츠 제작에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시청자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 요즘엔 줌을 많이 이용하니 '줌 독서실', '줌 소개팅' 등으로 확장하는 게 방송적으로 최우선이다. 또 제가 다룰 수 없는 고민과 사연이 많다. 편입이나 영어, 다른 20대 고민 등 전문가를 초청해서 할 생각이다. 아니면 지인이라도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면 불러서 이야기하고 싶다.

대학생? 유튜버?…"스트리머로 인정받고파"
/사진=김소영 기자/사진=김소영 기자
-대학생이자 유튜버, 스트리머인데 자신의 정체성은 어디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나.
▶유튜버보다 트위치 스트리머로 인정받고 싶다. 방송이 좋다. 방송으로 크고 싶은 욕심이 크다. 트위치는 사실 게임 플랫폼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제가 '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가 유행할 때 공부를 해서 공감대가 없다. 저만의 공감대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교육 분야는 입시 절벽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좀 된다. 앞으론 20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인터넷 버전 무한도전이 생긴다면 후보로 오르고 싶다'는 얘길 많이 한다.

-유튜브 하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고민과 사연' 콘텐츠 방송을 진행하는데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할 말이 없었다. 제가 한 말이 피해가 될까 봐 조심스럽더라. 그런 와중에 시청자들이 영상이나 답변 통해 힘 받았다고 할 때 그것보다 좋은 게 없다. 사람들한테 힘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힘들 때는 체력적으로 조금 지칠 때다. 말을 많이 하는데 많이 못 먹는다. 식욕이 없다. 운동도 하고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그런 습관이 몸에 안 배어 있다.

-머투맨 구독자와 머니투데이 독자를 위해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을 추천해달라.
▶첫번째는 '오킹TV'다. 이상향에 가까운 방송이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에너지를 닮고 싶고, 종합적으로 활동하는 게 자극이 된다. 두번째는 '슈카월드'. 이런저런 시사, 경제 관련해서 예민할 수 있는 얘기를 잘 풀어낸다. 형,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맛깔나게 잘하더라. 마지막은 BJ이차함수가 운영하는 '정예학원온라인' 채널이다. 그 사람만 보면 행복하다. 방송적으로 자극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데, 선생님 만나 자극을 받는다. 제 15년 후의 모습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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