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엘리온'으로 증명해야 할 것들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12.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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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앞둔 크래프톤, 배그 이을 차기작 시급…카카오게임즈, 상장 후 기업가치 증명해야

PC온라인 MMORPG '엘리온' PC온라인 MMORPG '엘리온'


하반기 게임 최대 기대작 '엘리온'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엘리온'은 기업공개(IPO)를 앞둔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이후 내놓는 첫 PC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10일 오후 '엘리온'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엘리온'은 배틀그라운드(배그) 성공신화를 쓴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글로벌 퍼블리셔로 평가 받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유통)하는 게임이다. 터닝 포인트가 시급한 양사 모두 엘리온 흥행에 전력을 다해왔고, 이제 동전은 던져졌다.

출시 초 흥행 기대 높아…크래프톤, IPO 몸값 불리기 성공?
'엘리온'은 기존 타깃팅 전투에서 논타깃팅으로 변화를 꾀해 시원시원한 액션이 가능해졌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유료 수익모델을 도입한 점도 주목 받는다. 흥행 기대감은 높다. 엘리온은 앞서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 사전체험에서 이용자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지난달 진행된 게릴라 테스트에서도 완성도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호응 뿐 아니라 개발과 퍼블리싱에서 검증받은 회사들이 합작한 만큼 흥행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IPO를 준비중인 크래프톤은 엘리온 흥행이 절실하다. 엘리온 흥행 여부에 따라 몸값이 갈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에선 크래프톤이 배그 이후 눈에 띄는 차기작이 없다는 점을 IPO 흥행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는다.

크래프톤은 내년 IPO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배그 효과다. 크래프톤은 배그 PC와 모바일이 모두 성공을 거두며 급성장했다. 크래프톤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2370억원, 영업이익은 68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6%, 327.2%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넥슨(1조 815억원) 다음으로, 엔씨소프트(6681억원)와 넷마블(1895억원)보다도 많다. 크래프톤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 가치가 20~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엘리온만 성공하면 이보다 더 높은 기업 가치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반대로 기대 이하의 몸값으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일 게임 리스크 탓이다. 크래프톤 매출의 약 80%가 배그에서 나온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들이 대표작 외에도, 그와 견줄만한 게임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과 차이다. 크래프톤은 배그 인기가 시들해지면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IPO를 앞두고 출시한 엘리온의 흥행이 간절한 이유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왼쪽)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왼쪽)와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카카오게임즈, 글로벌 퍼블리셔 역량 입증해야…유료화 전략 먹힐까?
카카오게임즈는 국내를 비롯해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엘리온 서비스를 맡는다. 엘리온은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후 처음 서비스하는 게임인만큼 내부에서도 기대가 높다. 특히 지난 9월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후, 약세인 주가 흐름을 전환할 계기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엘리온을 통해 서비스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서비스했던 MMORPG '테라'와 '달빛조각사' 등이 반짝 흥행에 그쳐 글로벌 퍼블리셔로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5월 '검은 사막' 판권을 펄어비스에 넘기면서 생긴 공백도 메워야 한다. 현재 배그와 '패스오브엑자일'로 버티고 있어 엘리온으로 검은 사막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IPO 공모가 거품 논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총 4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증명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지의 성공적인 IPO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시총 4조원대로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지만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엘리온이 실패한다면 카카오게임즈의 부담은 커진다.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 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대에 규모다. 이는 시총 1조~2조원에 그치는 국내 중견게임사 실적과 비슷한 규모다. 시총이 2배에 달하는 카카오게임즈로선 당장 실적 성장을 보여야 하는 입장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 흥행에 팔을 걷어 부쳤다.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유료화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에 '바이투플레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했다. 엘리온을 즐기려면 최소 9900원 이용권을 구매해야 한다. 다만 1번 이용권을 구매하면 평생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이용자들의 유입을 막고, 충성고객을 확보해 안정적 수익을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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