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삭제된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회의록 대통령기록물 맞다"(종합)

뉴스1 제공 2020.12.10 11:38
글자크기

대법 '회의록 파기' 백종천·조명균 유죄취지 파기환송
1,2심 "결재 없었다" 무죄→대법 "盧 서명생성으로 결재"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2018.4.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2018.4.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1,2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에 대해 수정·보완을 지시했기 때문에 결재가 없었다고 판단해 아직 대통령기록물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내용을 확인하고 문서처리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으며, 수정지시가 결재의사를 부정하는 근거로 쓰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9일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행사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에 진행된 정상회담의 회의록을 작성한 후 2007년 10월9일 오후 3시13분쯤 청와대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e知園)시스템‘으로 ’문서관리카드‘를 생성해 필요한 문서 정보를 기재하고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hwp' 제목의 회의록 파일을 첨부해 결재를 상신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결재 상신된 문서관리카드에 첨부된 회의록 파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한 다음 ‘문서처리’ 항목을 선택해 ‘열람’ 항목을 눌러 결재를 생성했다.

노 전 대통은 그와 별도로 ‘회의록 파일의 내용을 수정·보완해 e지원시스템에 올려 두고 '총리, 경제 부총리, 국방장관 등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의견-남북정상녹취록.hwp' 파일을 작성해 문서관리카드에 첨부했다.


문서관리카드는 조 전 비서관에게 하행 처리됐고, 조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종료처리’ 항목을 선택하지 않은 채 2008년 1월 20일 문서관리카드를 ‘계속검토’로 처리했다. 이후 e지원시스템의 메인테이블에서 문서관리카드에 대한 정보가 삭제됐다.

2012년 8월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고, 여야 공방 끝에 이듬해 7월 대통령기록관에서 열람하기로 합의했지만 회의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정상적 방법으로 기록이 삭제됐다고 판단하고 백 전 실장과 노 전 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대통령기록물이 공문서의 성격을 띠는 경우에는 결재권자의 결재가 이뤄져야 비로소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되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회의록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결재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문서관리카드는 결재를 예정한 문서이므로 '결재'가 되어야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다"며 "문서관리카드에 대한 결재란 결재권자가 문서관리카드의 내용을 승인해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에 기반해 결재권자의 전자문서서명 등을 하는 행위인데, 노 전 대통령의 결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문서관리카드가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또 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에 대해서도 "이 사건 회의록 파일은 노 전 대통령의 수정지시에 따른 수정·보완이 예정되어 있는 초본에 불과하다"며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열람했을 때 결재를 한 것이고, 이에 따라 문서관리카드가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었는지 여부는 결재권자가 서명을 했는지 뿐만 아니라 문서에 대한 결재권자의 지시사항, 결재의 대상이 된 문서의 종류와 특성, 관련 법령의 규정 및 업무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 회의록은 개최된 회의의 일시, 장소 및 회의에서 이루어진 발언 내용 등 객관적인 정보를 담은 문서로서 이에 대한 결재의사는 그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하는 의사로 보아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은 이 사건 회의록의 내용을 열람하고 그 내용을 확인하였다는 취지로 '문서처리' 및 '열람' 명령을 선택해 전자문자서명 및 처리일자가 생성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문서관리카드를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서명 생성 과정에서 ‘대화의 내용을 한자 한자 정확하게 확인하고, 각주를 달아서 정확성, 완성도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한 뒤 e지원시스템에 등재해, 해당 분야 책임자들에게 공유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사정이 결재의사를 부정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전자기록’에는 공문서로서의 효력이 생기기 이전의 서류라거나, 정식의 접수 및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 결재 상신 과정에서 반려된 문서 등이 포함된다"며 "회의록이 첨부된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재의 의사로 서명을 생성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되었고, 첨부된 ‘지시사항’에 따른 후속조치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도록 한 헌법 제82조, 대통령기록물의 보존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 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의 입법취지, 업무처리의 전 과정을 전자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업무관리시스템’, 의사결정과정에서 제기된 의견, 수정된 내용 및 지시 사항, 의사결정내용이 문서관리카드에 기록·관리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사무관리규정, 노 전 대통령이 첨부한 지시사항의 내용, 문서관리시스템을 통한 업무처리 절차 등에 비춰보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21일 이 사건 회의록의 내용을 확인한 후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에 서명을 생성함으로써 회의록이 첨부된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를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헸고, 이에 따라 문서관리카드는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되었다고 봐 원심판결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