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세기의 소송' 이젠 '3년차'…뒤에서 웃는 중국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20.12.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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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세기의 소송' 이젠 '3년차'…뒤에서 웃는 중국


LG화학 (373,500원 ▲500 +0.13%)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내년 2월로 또 연기됐다.

이번이 세 번째 연기로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 창궐 때문이다. 양사는 극적 합의를 볼 시간적 여유를 다시 벌게 됐지만 실제 합의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최종 판결이 오래 걸리고, 합의가 물꼬를 트지 못해 배터리 약진을 향해 달려가야 할 양사가 소송전에 힘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는 사이 한국 배터리업계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조용히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결 또 연기…소송기간 이젠 '3년차'=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년 2월10일로 세 번째 연기했다.

지난 2월 예비판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이 나온 뒤 최종 판결은 10월5일에 할 예정이었지만 10월26일에서 12월10일로, 다시 내년 2월10일로 연기된 것이다.



ITC는 이번에도 판결 연기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또 다른 최종 판결 50여건이 다시 연기된 것으로 볼 때 현지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으로 판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ITC에서 진행한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도 이미 세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두 달이나 판결을 연기한 것으로 볼 때, ITC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는 물론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심도있게 살펴보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들린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다시 두 달의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이 기간에 양측의 극적 합의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앞선 두 차례 연기 때도 양측은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합의금에 대한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LG-SK 배터리 '세기의 소송' 이젠 '3년차'…뒤에서 웃는 중국
◇중국 반사이익?…양사 합의점 찾을까=최종 판결과 양사의 합의점 도출이 늦어질수록 결과적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에는 좋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소송이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드는 만큼 양사는 미국 배터리사업 확대 못지 않게 소송 이슈에 매달리고 있다. 일부 인력은 사활을 건 소송 준비 때문에 배터리 주요 업무에 힘을 쏟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양사가 미국에서 추진하는 사업 규모로 볼 때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1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1공장을 완공하고, 2022년까지 조지아주에서 10GWh 규모의 2공장을 완공한다는 목표다. LG화학도 2023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GM과 합작으로 연산 30GWh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보할 방침이다.

소송 자체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지금까지 쓴 소송 비용만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은 글로벌 로펌 피쉬앤드리차드슨, 덴튼스, 레이섬앤드왓킨스 등 3곳을 법률대리인으로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빙턴앤드벌링이 소송전을 맡고 있다.

소송 장기화로 관련 비용이 추가로 더 불어나면 결국 세계 시장에서 배터리 주도권을 두고 한국과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삼각편대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위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국 CATL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도전은 매섭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중국이 올해 연간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망 순위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10년만에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양사가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날 ITC 판결 연기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소송이 장기화 되면서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본연의 사업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소송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LG화학은 전지사업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시켜 이제 이 소송의 원고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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