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에서 자회사 효과를 볼 만한 기업으로 SK텔레콤도 빼놓을 수 없다. 주요 자회사의 IPO가 줄줄이 예고됐다. 현재 SK텔레콤 (51,000원 ▼100 -0.20%)의 주가는 연초(23만40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앱(애플리케이션) 마켓 자회사 원스토어는 2021년 상반기 상장 심사를 목표로 IPO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국내 대표 IB(투자은행)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 인앱 결제 의무화를 강행할 경우 국내 앱 마켓에서 원스토어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합병 작업이 진행 중인 보안 회사 ADT캡스도 IPO 기대주로 꼽힌다. 원스토어와 함께 SK텔레콤 자회사 중 IPO 단계가 빠른 편에 속한다. SK텔레콤은 2018년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함께 ADT캡스를 1조2760억원(부채 포함 2조9700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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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ADT캡스 모회사인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LSH)와 SK인포섹을 합병하고, 이후 합병법인과 ADT캡스를 추가로 합병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종 합병법인에 대한 SK텔레콤의 예상 지분율은 62.6%다.
업계에선 ADT캡스 합병을 IPO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IPO를 추진할 경우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과 손잡은 11번가·우버와 협업하는 티맵도 IPO 대기
SK텔레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11번가와 통신 미디어 서비스 SK브로드밴드,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서비스 웨이브도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다. SK텔레콤에서 분할을 결정한 티맵모빌리티(가칭)도 IPO 대기 회사다.
특히 11번가는 최근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과 제휴를 맺는 등 전자상거래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2018년 투자를 유치할 당시 3조원에 근접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아마존과 협업 성과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케이블 방송 티브로드와 합병한 SK브로드밴드, 우버(Uber)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협력 관계를 구축한 티맵모빌리티도 장기적으로 수조원 규모의 기업가치가 가능한 대형 IPO 딜(거래)로 꼽힌다.
토종 OTT를 표방하는 웨이브의 경우 2019년 외부 투자를 받을 때 이미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3월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경영성과, 사업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글로벌 주식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2021년 대규모 IPO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SK텔레콤에 호재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초대형 IPO 딜이 잇따를 경우 공모 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들 수 있는데, 최근 공모 시장은 대어급 딜을 다수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한 편이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 (83,300원 ▼1,700 -2.00%)이 시장친화적인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며 올해 IPO 시장 분위기를 띠우는 방아쇠 역할을 했고, 이후 공모 시장에서 SK그룹 딜에 대한 호감도가 쌓였다"며 "2021년 초대형 IPO 시장이 예고된 가운데 대어급 이슈 기업의 공모가 잇따를 경우 흥행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을 통신업종 최선호주(톱픽)로 꼽으며 "SK텔레콤이 보유한 자회사 가치는 최소 20조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회사 20조원 가치 산출에 적용된 원스토어 가치는 겨우 2500억원에 불과하다"며 "원스토어가 IPO 이후 2조원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차기 IPO 후보군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면서 사업가치와 투자자산 가치가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원스토어,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자회사 성과 확대로 2021년 저평가 구간에서 본격적으로 탈피할 것"이라며 "자회사 분할, 합병, 상장 추진, 글로벌 기업과 제휴 등으로 자회사 가치 제값 인정받기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