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3일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던 D램 현물가는 지난 2일 반등을 시작해 가파른 상승세를 띠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7% 넘게 올랐다. D램 업황을 나타내는 DXI(D램익스체인지 인덱스) 지수는 8일 기준 2만671포인트로 전일 대비 2.47% 상승했다. 이 지수도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세로 그만큼 업황이 좋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은 공급이 늘어나면 떨어지는데 가격 하락세가 멈췄다는 것은 수요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주춤했던 업체들이 IT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 정전이 '약'…서버D램 가격 하락도 둔화 예상
이 같은 D램 시황 흐름의 반전은 시장 예상을 깬 것이다. 올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특수를 이끌었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며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올 하반기까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것이라는 보수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최근 마이크론의 대만 생산라인이 정전된 것이 메모리 상승 사이클을 앞당긴 촉매제가 됐다고 본다. 정전 발생으로 실질적인 공급 부족이 발생했고, 수요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1시간 정도 지속된 정전과 복구를 위한 공장 가동 중단 등을 감안할 때 총 손실 규모는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의 1% 안팎이라고 추산한다. 특히 해당 팹 생산량의 60%가 서버향 제품이고, 20%가 모바일향 제품임을 감안할 때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전 사건 이후 내년 1분기 서버 D램 계약가격이 32GB 기준 110달러에서 115달러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 이유는 1분기 D램 계약가격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공교롭게 정전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수요처에서 공급사로 넘어간 듯하다"고 밝혔다.
서버용 D램은 올해 코로나19(COVID-19) 사태에도 반도체 실적을 떠받쳐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군으로 고정거래가격이 지난 7월 이후 내리 하락세를 걸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구글, 아마존 등 서버 고객들의 D램 구매 문의가 개선되고 있다"며 "판가 상승기에도 경쟁적인 구매 확대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M&A 활성화와 가격 흐름을 볼 때 내년부터 D램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마이크론 팹 정전 사태가 예상보다 타격이 큰 것으로 파악되면서 메모리 시장의 상승 사이클이 더욱 빨리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