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80층 시설·뉴타운…14개월 임기 서울시장이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0.12.10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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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80층 시설·뉴타운…14개월 임기 서울시장이 가능할까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야당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을 공약으로 잇따라 내걸고 있다. 대부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는 반대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부동산 업계는 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당선되면 지금까지와 기조가 바뀔 수 있다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각종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면 이론적으로 이루지 못할 공약은 없다. 하지만 보궐선거로 당선된 시장의 임기가 짧은데다 정부와 대척점에 선 상태에서는 공약을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80층 초고층 시설·뉴타운 활성화부터 세금 감면까지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하고 한강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신혼부부·육아 부부에 특화한 주택 단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강변 아파트에서는 한강으로 접근하는 길이 고속화 도로로 막혀 있는데,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위에 덮개를 만들어 한강으로 이어지게 해준다. 일종의 조경용 부지가 되는 셈이다. 대신 단지에 남아 있는 정원부지를 기부채납 받아 신혼부부를 위한 고층 아파트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강북과 강서 4개 권역에 직장·주거·의료·문화 서비스 등을 한데 모은 80층 규모 초고층 시설을 하나씩 짓겠다고도 발표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뉴타운 사업을 활성화해 5년 안에 신규 주택 65만호 공급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10년 간 해제한 뉴타운 재개발 등 정비사업 393건을 다시 추진해 주택 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을 유도해 20만호, 청년 주택 공급을 통해 10만호를 각각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 공약도 나왔다. 조 구청장은 재산세 50% 감면을,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만 65세 이상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면제를 약속했다.


야당 후보들 공약, 가능하긴 한데…
야당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하나씩 따져보면 서울시장 권한으로 가능한 부분이 많다.

우선 '80층 초고층 건물'을 세우는 공약은 '서울플랜'(서울도시기본계획)을 고치면 세울 수 있다. 서울플랜은 서울 도시계획의 '최상위 개념'으로 사실상 법률과 같은 효과를 낸다. 국토계획법이 개정돼 도시기본계획 승인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돼 서울시장의 도시계획 수립 권한이 강화되면서다.



실제로 정부는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바꿔 공공재건축 단지는 용적률을 최대 500%(준주거 기준)로 완화해 건물 높이를 50층까지 높여 5만 가구 이상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가 만든 '2030 서울플랜'에 가로 막혔다. 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 활성화 공약 역시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비롯해 각종 대형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어 가능하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박원순 전 시장은 법규정에 손대지 않고 조례로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 등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재개발·재건축을 어렵게 했다"며 "같은 방법으로 야당 후보들도 법을 건드리지 않고 속도 있게 절차를 밟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규제 완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재산세 빼고 '불가능'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도시계획 조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최소 2~3년 간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서울플랜은 2009년 1월 착수돼 시민참여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2013년에야 계획안이 최종 확정됐다. 서울시장은 내년 4월 보궐선거로 뽑히는 탓에 임기는 1년2개월에 불과하다. 이 과정을 거치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또 정부와 대립하면 서울시장이 가진 권한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대립각을 세운다면 정부가 법을 고쳐 서울시의 권한을 다시 가져갈 수도 있다"며 "야당 공약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어느정도 발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감면 부분은 재산세는 가능하지만 종부세는 권한 밖이다. 재산세는 지방세여서 서울시에 과세 권한이 있는 반면 종부세는 국세에 해당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 전 사무총장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을 의식한듯 "우선 서울에서 공론화해 중앙정부에 종부세 면제를 요구할 것"이라며 "정부가 비협조직일 경우 서울시의 과세 권한인 재산세 부분을 환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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