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세기의 '배터리 소송', 최종판결 D-1…"이번에도 연기하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12.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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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세기의 '배터리 소송', 최종판결 D-1…"이번에도 연기하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양측의 극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다시 긴 법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최종 판결이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LG-SK 배터리 판결 D-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오는 10일(미국 현지시간) 내놓을 예정이다.

판결 발표는 지금까지 두 차례나 연기됐다. 지난 2월 예비판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이 나온 뒤 이에 대한 최종 판결은 지난 10월 5일에서 10월 26일로 미뤄졌고, 여기서 다시 이달 10일로 또 다시 연기됐다.



이처럼 판결이 미뤄진 10월에서 12월 사이 양측 소송을 둘러싼 쟁점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판결이 연기된 기간 동안 양측의 극적 합의가 기대됐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태다. 합의금에 대한 양측 입장차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지난 1일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되며 소송 원고에 LG에너지솔루션이 추가된 것은 달라진 점이다.

오는 10일 판결에 따른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첫째, ITC가 지난 2월 예비판정을 고스란히 인용한 뒤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SK이노베이션 제품의 미국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수입금지 조치가 공익에 반한다고 여겨지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미국에서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를 팔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둘째, 지난 2월 예비판정에 대해 ITC의 '수정(Remand)' 지시가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싸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다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ITC가 2월 예비판정을 인용하되 공익과 연관된 부분은 별도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ITC는 이를 위해 미국 주 정부, 시 정부, 협력사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는 '공청회(Public Hearing)'를 열 것으로 보인다.

◇합의 요원…최종판결 또 연기 가능성도=시나리오별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해득실은 크게 엇갈린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첫번째 시나리오가 최악이다. LG화학에게는 수정 지시가 사실상의 패소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양측은 연방법원 항소나 ITC 재판결 등 긴 법정 공방을 되풀이해야 한다. 이미 미국 로펌들에 들어간 소송 비용을 포함한 막대한 비용 부담도 져야 하며, 무엇보다 소송 부담으로 배터리 사업 자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10일 예정된 최종 판결이 또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난 상태다. 앞선 두 차례 판결 발표 연기 이유가 코로나19에 따른 심사 지연이었기 때문에 세번째 연기도 가능해 보인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ITC에서 진행한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도 세 번이나 연기된 적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차 최종판결이 연기되면 그나마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시간을 벌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연기 과정에서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던 만큼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높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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