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솔젠트, 유증 공방 2차전…"자금확보"vs"꼼수증자"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0.1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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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솔젠트, 유증 공방 2차전…"자금확보"vs"꼼수증자"


코로나19(COVID19) 진단키트업체 솔젠트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482원 ▼16 -3.21%)) 측과 해임된 석도수 솔젠트 전 대표가 주축이 된 WFA투자조합·주주연합 간 공방이 치열하다. 양측은 내년 1월13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맞대결을 앞두고 장외 대결을 펼치는 모양새다.



EDGC와 솔젠트 경영진이 시설투자 확대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석 전 대표 측은 이 같은 유상증자의 추진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회사 측과 맞서고 있다.

EDGC·솔젠트 "유증 자금 글로벌 확장 투자 필요"
'경영권 분쟁' 솔젠트, 유증 공방 2차전…"자금확보"vs"꼼수증자"
9일 EDGC에 따르면 솔젠트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총 371만2824주 규모의 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가액 5600원, 총액 약 207억원이다. 회사 측은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글로벌 확장과 신규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진단시약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EDGC 측은 "최근 솔젠트는 세계 각국에서 분자진단(PCR) 키트를 조립하는 합작투자법인(JV) 설립 요청을 받고 있다"며 "해외 PCR 공장들은 솔젠트가 PCR진단키트의 핵심소재인 중합효소시약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소액주주 참여 확대를 위한 결정으로 임시주주총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EDGC 측은 강조했다. 현재 솔젠트 지분은 EDGC가 22.9%를, WFA투자조합이 16.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석 전 대표 "솔젠트 자금상황 여유…실권주 노린 '꼼수증자'"
석 전 대표 측은 EDGC와 현 솔젠트 경영진의 유상증자 계획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솔젠트의 자금 상황이 유상증자를 필요로 할 만큼 다급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석 전 대표는 “솔젠트의 연말 보유현금만 500억~600억원에 달하는데 자금이 부족해 증자를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제2공장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설비가 부족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기업의 설비 확충과 주주 배려를 가장해 실권주 확보를 노린 '꼼수증자'라는 게 석 전대표 측의 판단이다.

석 전 대표는 "주주 배정 이후 실권주 처리를 EDGC의 거수기인 솔젠트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또 다른 3자배정 증자"라며 "경영권 지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권주 처리를 솔젠트 이사회가 독단적 재량권을 갖는 행위는 제3자 배정이자, 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가처분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솔젠트의 유상증자 추진에 석 전 대표 측이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석 전 대표 측은 현 솔젠트 경영진과 EDGC가 무리하게 솔젠트의 우리사주조합 대상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2일 솔젠트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200만주 규모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두 차례 유증 발행가 2500원· 5600원 적정 논란
발행가액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석 전 대표 측은 발행가액 5600원은 장외시장에서 형성된 2만원선 대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저가증자'라고 주장했다.

발행가액 5600원은 앞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은 유상증자 계획 때보다는 인상된 금액이다. 당시 발행가액은 주당 2500원이었다. 석 전 대표는 "(저평가된 발행가격은) EDGC가 솔젠트 가치를 최대한 낮춰 합병하려는 의도를 다시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EDGC 측은 발행가액 관련한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회사 측은 "주주참여를 위해 더 낮은 발행가액도 고려했었지만, 최근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도 있었기에 발행가액을 5600원으로 안건 상정하게 된 것"이라며 "(앞서 우리사주조합 대상 유증도) 만약 회사와 관계없는 자에게 발행가액 2500원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직원들에게 경제적 효용을 주고자 한 선의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내년 1월13일 임시주총 맞대결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내년 임시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석 전 대표 측은 2명의 신규 이사와 1명의 감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석 전 대표는 "내달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되찾는 즉시 불합리한 증자를 철회할 것"이라며 "EDGC의 이익을 위해 배임적 결정을 해 온 이사들의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했다.

EDGC 측은 "이번 이슈는 석 전 대표의 배임과 횡령 사건을 금융투기세력들이 합세해 경영권 분쟁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라며 "이미 이와 관련한 증거도 확보하고 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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